제재·압박 탈피 무력사용 대두… 모든 對北 옵션 저울질

입력 2017-03-02 17:40
한·미 양국이 연합 군사훈련에 돌입한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을 방어하는 조선인민군 제966대연합부대 지휘부를 시찰하는 모습. 조선중앙TV는 김 위원장이 싸움 준비 강화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뉴시스

미국 백악관이 북한에 대해 강경대응에 나선 건 북한이 지난달 12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그러나 제재와 압박을 통한 외교적 해법 위주 기조에서 벗어나 군사적 대응과 정권교체까지 망라한 옵션을 포함할 정도로 초강경 대응책을 검토한 것은 상당수 전문가들의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다. 미국이 실제 군사대응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조짐이 포착될 경우 선제타격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백악관이 군사적 대응을 대북정책 옵션으로 포함한 것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보인다. 중국의 국경에서 미국과 북한이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상황을 중국이 원하지 않는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을 말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다.

백악관의 움직임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부터 긴박하게 돌아갔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플로리다주에서 느긋하게 만찬을 즐기다가 북한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트럼프로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상당히 자극받았다는 후문이다. 북한이 미·일 정상외교에 재를 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사 타이밍을 골랐다고 판단한 것이다.

백악관이 안보 담당 부처 관계자들을 소집한 건 이 직후다. 국가안보회의(NSC)는 국무부와 국방부, 국가정보국(DNI), 중앙정보국(CIA) 관계자들을 백악관으로 불렀다. 당시는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이 사표를 낸 직후여서 백악관의 안보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지시로 캐슬린 맥팔랜드 NSC 부보좌관이 나섰다. 맥팔랜드 부보좌관은 북한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2주 안에 제시하라고 다그쳤다. 이례적인 지시였다.

미국에서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하면 대북 정책의 기조가 정해지기까지 보통 6개월은 걸린다. 출범한 지 40일밖에 되지 않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정하기에는 이른 시기다. 특히 국무부와 국방부에는 부장관과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등 한반도 라인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대북정책 수립을 재촉했다.

트럼프는 아베와 함께 북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이후에도 여러 차례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달 13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북한은 크고 큰 문제”라며 “우리는 매우 강하게 다룰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는 북한의 ICBM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주장에 대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자신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ICBM 위협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자 강경책을 포함한 종합적인 대응 방안을 서둘러 마련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