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른바 ‘태극기 민심’을 떠올리면 고민이 깊어져만 간다. 박 대통령과 태극기 민심을 멀리하자니 지지층이 붕괴할 것 같고, 가까이 하자니 국정농단의 책임을 뒤집어쓴 채 극우 정당 이미지가 강화될 것 같아 걱정이 태산이다.
새누리당이라는 간판까지 내리고 한국당으로 재출발했지만 친박(친박근혜) 색채는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다. 김진태 윤상현 의원 등 소속 의원들이 태극기집회에 나가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지켜만 볼 뿐이다. 한국당 지도부는 “광장 정치를 찬성하지 않지만 집회 참석은 의원 개개인이 선택할 문제”라고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할 뿐이다.
바른정당 창당 이후 수면 아래로 잠겼던 친박과 비박(비박근혜) 간 해묵은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크다. 한 비박 의원은 2일 “이러니까 ‘도로친박당’, ‘꼴통보수당’ 소리를 듣는 것”이라며 “만약 탄핵심판에서 인용 결정이 나온다면 친박 퇴출을 위해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주장했다. 다른 의원도 “박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국정농단 비호 세력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친박 의원들은 “한국당이 야당처럼 하는 것은 쉽지만 그건 배신과 다름없다”면서 “태극기 민심에 등을 돌릴 경우 태극기집회 참석자들은 한국당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 기각의 당론 채택을 놓고도 혼선이 빚어졌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 참석해 “헌재 절차가 위헌적이기 때문에 탄핵 기각이나 각하를 당론으로 채택하기를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또 “헌재의 위헌적 탄핵 절차는 법치주의 근간을 무너뜨려 헌재의 존립을 위협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정우택 원내대표는 MBC라디오에 출연, “(탄핵 기각을) 당론으로 채택하기에는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어 “법무부에서도 국회 탄핵소추 절차가 적법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어 다시 의결 절차의 위법성을 논의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태극기를 어쩌나”… 딜레마 빠진 한국당
입력 2017-03-02 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