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 파기를 선언했다. 김정남 피살 이후 북한의 적반하장식 태도에 대한 공분(公憤)이 반영된 초강경 조치다.
아미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2일 “국민의 안전과 국가안보를 위해 오는 6일부로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하겠다”고 밝혔다. 양국은 2009년 협정을 체결했다.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북한과 맺은 무비자협정이었다. 현지에서는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다면 단교도 불사하겠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북한의 외화벌이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북한 국적 용의자 이정철(47)을 추방키로 했다. 모하메드 아판디 알리 검찰총장은 “혐의를 입증할 만한 충분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며 “유효한 비자가 없는 이정철을 석방한 뒤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7일 체포된 이정철의 구금 기간은 3일 만료된다. 수사 당국은 화학 전문가인 이정철이 김정남 살해에 사용된 신경작용제 VX를 제조했거나, 후방지원책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해 왔다. 신병을 확보한 유일한 북한 국적 용의자가 석방되면서 북한 배후설 규명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인 북한 대표단은 “사망 원인은 VX가 아니라 심장질환”이라며 시신을 빨리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북한 대표단을 이끄는 이동일 전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사망자가 심장병을 앓았고 소지품에 관련 약품이 있었던 것은 사인이 심장질환임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또 “VX는 접촉 즉시 사망하는 물질인데 여성 용의자나 공항의 수천명이 어떻게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있느냐”며 “VX 샘플을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보내 검증하자”고 말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말레이, 6일부로 北과 비자면제협정 파기
입력 2017-03-02 17:38 수정 2017-03-02 2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