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우수에 젖게 돼요. 하지만 은퇴하는 날은 기쁜 날이지 슬픈 날은 아닙니다. 그동안 성악가로서 축복받은 시간을 가졌으니까요.”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 플라시도 도밍고(76)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불려온 호세 카레라스(71)가 마지막으로 한국을 찾았다. 카레라스는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마지막 월드투어-음악과 함께한 인생’ 무대에 선다. 그의 인생을 정리하는 세계 투어 공연의 일환이다.
그는 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1976년 오페라 ‘토스카’ 공연으로 처음 내한한 이후 여러 차례 한국 무대에 섰다. 그동안 보내줬던 사랑과 성원에 감사드린다”며 한국 관객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어 “이번 월드투어는 2∼3년 이어질 예정이다. 투어가 끝나면 정말로 은퇴를 선언하게 된다”면서도 “은퇴한다고 해서 다시는 공연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프로 무대는 마감하지만 자선 공연에는 꾸준히 오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인 카탈루냐에서 태어난 그는 1970년 세계적 소프라노 몽세라 카바예에게 발탁돼 오페라에 데뷔했다. 이듬해 베르디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1위에 오른 뒤 전 세계 오페라 극장의 러브콜을 받기 시작했다. 데뷔 4년 만인 28세 때 24개 오페라의 주역을 맡을 정도였다. 그리고 1990년 이탈리아 로마월드컵을 앞두고 파바로티, 도밍고와 함께 ‘스리 테너’로 무대에 서며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는 “데뷔했을 때나 지금이나 무대에 서는 내 마음가짐은 예전과 똑같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성숙해지는 만큼 표현력은 더 깊어졌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과 느낌을 청중과 소통하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고 피력했다.
세계 최정상의 테너로 47년간 군림해온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일까. 그는 전성기를 구가하다 백혈병을 극복한 뒤 오른 첫 콘서트를 꼽았다. 그는 1987년 느닷없이 찾아온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투병했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완치 판정을 받고 지금까지 정력적으로 무대에 서왔다. 그는 “백혈병 투병으로 1년간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1988년 다시 고향 바르셀로나에서 무대에 섰을 때의 감격은 잊지 못한다”고 회고했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그는 데이비드 히메네스가 지휘하는 코리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소프라노 살로메 지치아와 함께 유명 오페라 아리아, 카탈루냐 민요, 뮤지컬 넘버 등 그의 영향을 끼친 곡들을 들려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호세 카레라스 “성악가로 축복받아… 한국관객 사랑에 감사”
입력 2017-03-02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