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역대표부 ‘한·미 FTA 재검토’ 시사

입력 2017-03-02 18:21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의회에 제출한 연례보고서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첫 보고서에서 USTR은 한·미 FTA에 대해 “미국 무역적자의 급격한 증가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매년 내놓는 연례보고서로 한·미 FTA 자체에 대한 부정적 견해보다는 양국 간 실행위원회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다며, 한·미 FTA 재협상 추진으로 확대 해석될 것을 경계했다.

USTR은 1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를 강조하면서 타국과의 새 무역협정은 미국에 이익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USTR은 1974년 통상법에 따라 매년 3월 1일이면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번 보고서는 총 336쪽에 걸쳐 통상정책의제, 세계무역기구(WTO), 양자·지역 협상 및 협정, 무역집행활동과 무역정책발전 등을 담았다.

특히 캐나다·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함께 한·미 FTA를 “미국 사람들이 기대한 결과를 가져온 합의는 아니었다”며 실패 사례로 꼽았다. 2011년 한·미 양국이 FTA를 체결하고 2012년 발효된 뒤 미국의 대한국 적자액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국 수출액은 12억 달러(약 1조3700억원)로 줄었지만, 오히려 한국의 미국 수출액은 130억 달러나 늘어 적자폭이 배로 늘었다고 했다. USTR은 “무역협정에 대한 접근 방식을 재검토해야 할 때”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일단 산업통상자원부는 “보고서에 국가별 무역적자를 기술한 것은 중국 내용이 대부분이고 한국은 6줄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이달 말로 예상되는 로버트 라이시저 USTR 대표 내정자의 인준이 결정되면 보고서를 재작성하는 만큼 견해가 달라질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일차로 내놓은 보고서에서 한·미 FTA를 부정적으로 기술한 상황에서 시각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견해가 많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FTA를 평가하는 내용이 이전 오바마 행정부 때 내놨던 보고서와 확연히 달라진 것만큼은 맞다”면서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통상 전문가들도 재협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자동차나 석유화학 등 수출 주력 품목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자동차가 면세 품목으로 미국 시장에 진입했다며 부정적으로 기술했다”고 설명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