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대선 새 트렌드는 ‘십시일반’

입력 2017-03-02 18:10

대선 주자들이 저명인사를 후원회장으로 임명해 조직적 지원을 받던 문화에서 탈피해 ‘십시일반(十匙一飯)’ 후원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일 공식후원회 ‘문재힘 위원회’를 발족했다. 정권교체에 힘을 모으고, 문 전 대표에게 힘을 주자는 뜻으로 작명했다. 2012년 ‘문재인펀드’ 같은 대규모 캠페인 대신 일반 시민의 자발적인 소액 다수 후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별도 후원회장도 두지 않는다.

문 전 대표 경선캠프인 더문캠 관계자는 “국민 모두가 후원회장이 돼 정권 교체를 이루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참여자들은 본인 SNS나 문 전 대표 홈페이지 등에 ‘인증샷’을 남기는 릴레이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지난달 9일 소액기부 방식의 ‘흙수저 후원회’를 발족시켰다. 청년, 해고노동자, 농민 등 사회·경제적 약자들과 함께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뜻으로 만들었다. 후원회장단에는 명망가 대신 성남시 청년배당을 받았던 사회복지사 박수인씨, KTX 해고 승무원 김승하씨, 농민 배종렬씨, 망원시장 상인 서정래씨 등 일반 시민들이 참여했다. 이 시장 측은 “‘헬조선’의 숨은 영웅들과 함께 위대한 정권교체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흙수저 위원회는 1만명 이상이 참여해 모금액 1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자신의 슬로건 ‘시대교체’에 어울리는 젊은 인사들을 주축으로 후원회를 구성했다. ‘알파고’와 바둑 승부를 벌였던 이세돌 9단을 비롯해 청년 기업대표, 탐험가, 최연소 이장 등 각계각층이 참여했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국민 모두의 삶이 녹아 있는 국민 후원회와 함께 정권 교체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유일한 현역 국회의원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지난해 의원 1인당 평균 모금액(1억7900여만원)에도 못 미치는 1억1600여만원의 후원금만 모금했다. 아직 별도 후원회도 만들지 않았다. 안 전 대표 측은 “아직 국민의당 경선이 시작되지 않아 후원회를 조직하지 않았다”며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이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