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는 역시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아무것도 된 것이 없다. 이런 국회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대외적인 파행 이유는 ‘환노위 사태’였다. 삼성전자 백혈병 사건 등을 이유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를 여는 방안이 야당 단독으로 상임위를 통과하자 여당이 관련 일정을 전면 거부했다. 4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수차례 접촉해 파행을 끝내니 이번에는 특별검사 수사기간 연장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무산됐고, 아무것도 되지 않은 채 2월 국회는 막을 내렸다.
결국 3월 2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외동포 참정권을 위한 선거법 개정 등 비쟁점 법안만 처리됐다. 1월 국회에서 법안 17건만이 처리된 데 비하면 낫지만 결코 잘했다고 내세울 수 없다. 선거연령 18세 하향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 경제민주화 법안이라는 상법 개정안 등은 본회의장 문턱도 넘지 못했다. 20대 국회가 출범한 이후 법안 5690건이 발의됐고 고작 830건만 처리됐다. 시간이 지나고 정권이 바뀌면 이런 사정이 과연 달라질 수 있을까. 국회가, 정치가 세상을 바꾸리란 기대는 과연 접어야 하는가.
우리는 자존심이 많이 상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중국은 우리가 내린 결정을 대놓고 뒤집으려 한다. 사드 배치가 옳은지 그른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어떤 형태로든 결정한 일을 남이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게 중국발 ‘보복 사태’의 본질이 됐다. 일본은 주한 대사를 불러들인 지 한 달이 넘도록 돌려보낼 생각이 없다. 한국은 지금 일본이 보기에 대사 정도는 없어도 괜찮을 만큼 허약한 존재일 뿐이다. 이런 사태는 모두가 예견했다. 대통령이 저 모양이 된 마당에 국정공백은 불가피하니 이렇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 없도록 국회가, 정치권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숱하게 주문했다. 그 모든 주장이 민망해질 만큼 우리 정치는 그동안 해놓은 게 없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넉 달간은 비상시국이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서 기업도, 가계도, 하다못해 직장인 개개인도 비상한 각오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유독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만 그런 비상함 없이 대통령 선거를 기다리며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정치인은 지금 국민에게 말해야 한다. 국민이 느끼는 자괴감을 나도 느끼고 있다는 공감과 그것을 어떻게든 원상태로 돌려놓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 한 국가의 리더십이 이토록 중요하다는 걸 많은 국민이 이번에 절감했다. 동아시아의 동네북이 되고 나니 리더십을 이루는 여러 요소가 달리 보인다. 국회는 그 리더십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통령 하나 없다고 이런 꼴을 당할 거면 뭐 하러 그 많은 돈을 써가며 국회를 운영하겠나. 국회와 정치권은 뭐가 됐든 제발 역할을 하라.
[사설] 동네북이 된 한국… 아무 역할도 못하는 정치
입력 2017-03-02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