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가 3개월 연속 곤두박질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 만이다. 같은 기간 전체 산업생산은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증가세를 이어갔다. 생산 회복 조짐이 보이는 데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정치와 정부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비판매액지수는 117.9로 지난해 12월(120.5)보다 2.2% 하락했다. 지난해 11월과 12월만 해도 각각 0.3%, 0.5% 줄었지만 이번에는 하락폭이 크다. 3개월 이상 연속 하락한 것은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침체가 심각했던 2008년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품목별로는 상대적으로 목돈이 들어가는 자동차 판매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1월 승용차 판매지수는 1개월 사이 13.0%가 줄었다. 연식 변경을 앞둔 할인행사 등이 이어지는 연말에 비해 연초가 계절적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백화점의 판매 감소세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12월 연말 분위기에 살짝 상승했던 백화점 매출은 올해 1월 들어 전월 대비 2.5% 하락했다. 정부 주도로 진행한 ‘코리아 세일 페스타’ 특수를 봤던 지난해 10월 매출과 비교하면 14.4%나 줄었다.
내수 활성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인 숙박업 역시 위축된 소비심리에 고전 중이다. 1월 숙박업 매출은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특히 호텔과 여관업 부진이 두드러졌다. 각각 지난해 12월보다 9.7%, 12.0% 줄었다.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았던 휴양 콘도 운영업마저 전월 대비 6.6%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9.4% 증가했던 분야다.
소비는 위축일로지만 산업계는 활기를 되찾고 있다. 1월 전체 산업생산은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1.0%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째 연속 증가다. 세부적으로는 광공업과 서비스업이 주력이다. 1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3.3% 늘었다. 서비스업 생산도 0.5% 증가하면서 소폭이나마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자동차와 통신·방송장비를 제외한 대부분 품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전체 산업생산 품목 중 비중이 높은 반도체 생산의 경우 지난해 12월보다 8.8% 늘면서 고공행진 중이다. 전자부품 역시 6.7% 증가하면서 전체 산업생산의 3개월 연속 증가를 견인했다. 1월 산업생산이 늘어난 것은 수출 실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수출입동향’을 보면 지난달 수출액은 432억원으로 5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산업생산 반등과 수출 호조가 이어지는 데도 소비 감소가 심화되는 이유로는 탄핵 정국 상황과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꼽힌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서 내수 활성화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소비세 면세 등 정책 효과가 사라지면서 소비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소비가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일부 품목은 ‘씁쓸한’ 호황이다. 노후를 위한 보험·연금업의 1월 실적은 전월 대비 3.3% 증가했다. 담배 생산은 지난해 12월보다 35.0% 늘었다.
sman321@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생산은 차츰 나아지는데… 소비는 여전히 ‘절벽’
입력 2017-03-0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