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시의 ‘기울어진 행정’, 갈등과 분열 부추긴다

입력 2017-03-02 17:21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해야 하듯이 대상이 누구든지 행정조치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나에게 우호적이라고 해서, 또는 나와 정치적 성향이 비슷하다고 해서 행정조치가 달라선 안 된다. 행정에 내 편, 네 편 또는 이데올로기가 개입되는 순간 형평성과 일관성을 상실하고 갈등과 분열의 씨앗이 된다. 이 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광장에 설치된 탄핵반대단체의 불법 시설물 강제 철거 방침을 밝힌 것은 그 자체로는 정당하지만 형평성 측면에서는 ‘기울어진 행정’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박 시장은 2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서울광장은 시민 모두가 이용해야 할 곳인데도 무단 점거된 상태다. 서울광장 시설물이 불법인데다 이를 설치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소란을 피우는 등 일탈행위를 일삼고 있어 관련자를 고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당연한 조치다. 광장의 주인은 시민이고,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 당연하기 때문이다. 시민이 주인인 광장에 불법 시설물을 설치한 것은 분명 잘못됐고, 이런 것을 바로잡는 게 행정이다. 서울시 조례에도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은 시민의 여가 선용과 문화행사에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흡연, 소란 등 일탈행위에 대해서는 별도로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하면 된다.

광화문광장 불법 시설물은 어찌할 것인가. 이곳 시설물 중 세월호 관련 11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불법이고 2∼3년째 방치돼 있다. 서울광장 불법 시설물 관련자에 대해서는 행정대집행계고장 외에도 집시법, 공무집행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까지 한 상태인데 반해 광화문광장 불법 시설물 관련자에겐 행정조치 외에 특별한 고발을 하지 않은 것은 과연 공평한가. 박 시장은 형평성 논란과 관련, “탄핵반대 집회는 정의롭지 못한 권력을 비호한다. 반면 촛불집회는 부정한 권력에 대한 국민적 분노의 장이다. 비교 대상이 아니다”라는 견해를 밝힌 점도 지혜롭지 못하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갈등과 화합에 앞장서야 할 1000만 서울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으로선 적절하지 않다. 앞서도 강조했지만 공권력은 형평성에서 나오고 그래야 승복이 가능하다. 서울광장이든 광화문광장이든 흉물스럽게 변해가는 불법 시설물은 모두 철거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