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쓸… 장병들 먹거리 짬짜미에 공정위, 12개사 고발 초강경

입력 2017-03-03 05:04

60만 군 장병들의 먹거리를 납품하면서 10년 넘게 담합을 일삼은 식품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낙찰자를 미리 정하고 서로 투찰가격을 알려주는 방식을 썼다. 지역별로 나눠서 낙찰자를 정하고, 나머지는 들러리를 서는 등 조직적으로 담합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동원홈푸드 등 19개 식품업체에 과징금 335억원을 부과했다고 2일 밝혔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장기간에 걸쳐 상습적으로 담합했다고 보고, 동원홈푸드 등 12개 업체를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군납 계약 주체인 방위사업청은 이들 업체에 추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이들은 치킨햄버거패티, 소시지, 돈가스, 어묵, 양념류 등 22개 급식품목을 담합했다. 2006∼2015년 방사청이 발주한 구매입찰에서 물량 나눠먹기를 위해 낙찰자를 사전에 정하는 방식 등으로 담합했다. 2012년 소고기수프 담합 당시 동원홈푸드와 태림농산, 케이제이원은 유찰을 막기 위해 사전에 투찰가격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낙찰 예정사와 들러리사를 합의했다.

이들은 방사청의 입찰이 전국이 아닌 지역을 쪼개 이뤄지는 점도 악용했다. 세복식품 등 5개사는 2010년 전국 단일 입찰방식에서 4개 지역으로 쪼개 입찰하는 방식으로 바뀌자, 입찰 전에 전화 통화와 만남을 통해 지역별 낙찰 예정자를 정했다. 1개 업체가 1개 지역에 낙찰받기로 하면 나머지 업체가 들러리를 서면서 정상적으로 입찰이 이뤄지는 것처럼 꾸몄다. 19개 업체가 담합한 입찰 건수는 무려 329건에 달한다. 총 계약금은 5000억원에 이른다.

공정위가 군납 급식류 담합에 제재를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나라를 위해 고생하는 국군 장병들의 먹거리를 갖고 장난쳤다는 점에서 죄질이 중하다”면서 “이들 업체는 적발된 이후에도 ‘지역별로 입찰방식이 변경되면서 어쩔 수 없는 영업 관행이었다’는 변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향후 방사청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관련 자료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아울러 방사청의 지역분할 입찰방식이 담합을 조장하고 있다고 판단, 제도 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