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김준엽] 한국기업 위상 높인 MWC

입력 2017-03-02 17:34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평소 기업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이 있더라도 먼 타향에서 한국 기업의 대형 광고판이라도 발견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2일 막을 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를 지켜본 마음도 비슷했다. 전시장 인근에는 삼성전자 갤럭시 현수막이 거리를 가득 채웠다. 전시장 정문 앞 대형 입간판도 삼성전자 광고로 채워졌다.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마치 한국 기업을 위한 거대한 광고판 같은 느낌이었다. MWC에 처음 온 기자들 중에는 “한국 기업 위상이 이렇게 높은지 몰랐다”고 감탄하는 이도 있었다.

MWC는 전 세계 이동통신사업자들이 현재 사업에 대해 논의하고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는 행사다. 최근 몇 년 사이 중요한 키워드가 된 5G에서는 SK텔레콤, KT 등 한국 기업이 가장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모습이 보였다. 한국 기업들은 5G 시대의 변화를 구체적인 형태의 서비스로 시연했다. 반면 해외 이통사는 여전히 5G의 개념만 설명하는 곳이 많았다. SK텔레콤과 KT는 2019년 5G를 상용화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해외 이통통신사업자 중에서는 5G 도입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상당하다. 막대한 망투자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망설이는 것이다.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은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 회의에서 5G를 적극 찬성하는 건 우리 기업밖에 없었다”면서 “한국 이통사에 대한 외국의 존경심이 있다”고 말했다.

KT 황창규 회장은 “전 세계가 4차산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5G가 깔려야 모든 4차산업에 들어갈 수 있다”면서 “5G는 성장절벽에 맞닿아 있는 한국의 ICT가 재도약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국내 CEO 중 유일하게 MWC 기조연설자로 나서기도 했다.

MWC의 핵심 전시관은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집중해 있는 제3전시관이다. 한국 기업 중에선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이 여기에 있다. 한국 기업들은 제3전시관 중에서도 관람객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가운데 자리에 있다. MWC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면이다.

아쉬움도 있었다. 한국 기업들이 힘을 내는 분야는 기초 기술을 가져다가 서비스를 만드는 응용 분야다. 5G의 경우 크게 통신망 설치 및 운영에 필요한 장비를 제공하는 통신장비업체, 모뎀 등 통신에 필요한 칩셋을 제공하는 업체, 서비스를 운영하는 통신사 등 3곳의 협업이 필요하다. 5G 통신장비는 노키아, 에릭슨 그리고 화웨이 삼파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칩셋은 인텔과 퀄컴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통신장비, 칩셋에서 전 세계에 명함을 내미는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밖에 없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은 스마트폰 세계 1위인 삼성전자의 입지와 차이가 있다.

특히 지금이 5G 기술 표준 경쟁이 본격화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기초 기술이 약한 점이 아쉽다. 글로벌 업체들이 겉으로는 모두 협력을 외치고 있지만 속내는 다르다. 표준 주도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해야 5G 시대를 자신이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그동안 점유해 왔던 주도권을 바탕으로 5G 시대도 앞장서려고 한다. 중국은 막대한 투자와 거대한 자국 시장을 앞세워 5G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우리가 가진 것은 혁신에 대한 능동적인 태도와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적극적인 자세다. 우리 기업들이 두려움 없이 미래에 도전하길 기대한다.

김준엽 산업부 차장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