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서 온 편지] 투병중인 암환자들에게 희망을 주세요

입력 2017-03-05 18:57

최근 출시된 신약인 면역항암제는 건강보험 급여화가 이뤄지지 않아 약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이 매우 크다. 의료현장에서는 치료비 부담에 메디컬푸어로 전락하는 암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국가 차원의 경제적 부담 완화 방안, 즉 신약의 건강보험급여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도 최근 일부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의 급여 적정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최대 3000억원 정도의 건강보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쿠키뉴스 전자우편 제보로 온 암환자들의 소망을 '환자에게서 온 편지'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한다. 편집자 주

살면서 크게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큰 복일까요? 저는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 것뿐인데 한창 일할 나이에 덜컥 암에 걸렸습니다. 일단 걸린 암을 어찌 하겠습니까? 상황을 받아들이고 수술하고 열심히 관리했습니다. 그런데 1년이 넘어가면서 다시 전이가 됐습니다. 1년 동안 암으로 수차례 개복수술을 해야만 했기에 전이가 됐을을 땐 정말 끔찍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또 받아들이고 열심히 항암치료를 받았습니다. 그게 벌써 2년이 넘어가니 이번엔 슬슬 내성이 오나 봅니다. 암 사이즈가 커지고 더 번졌습니다. 다행히 당장은 내성으로 인한 1차 급여약이 중지된 상태는 아니라 감사하지만, 장기간 1차약을 투여 중이라 조만간 내성은 올 거라고 담당교수님은 말씀합니다.

그런데 제가 보통의 세포타입이 아닌지라 2차약 중에 임상약이 없어 이제 비급여로 몇 백만원씩 하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건강보험)급여약으로 치료를 할 땐 그래도 보험이 되니 나름 경제활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지속할 수 있었지만, 비급여 약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한두 번으로 마칠 치료가 아닌 4기 전이암 환자에겐 기약 없는 치료이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암환자들이 힘들어 하고 임상약을 찾게 됩니다. 그게 ‘1상 임상약’이라 해도 방법이 없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립니다. 암환자가 아니고 또 보호자가 아니라면 이런 참담한 심정은 이해하기가 힘들 겁니다.

그래서 최근 ‘면역항암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 또한 저처럼 이미 1차항암을 한 환자는 임상시험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고, 2차로라도 맞게 된다면 비급여이기 때문에 비용이 몇 백에서 거의 천만원에 이르는 금액이라 결국 포기해야 하는 거구나 싶어 가슴이 아팠습니다. 면역항암제로 키트루다, 옵디보, 여보이 외에도 최근 비슷한 종류들의 약들이 많이 개발 되고 임상 또한 진행이 되고 있지만, 예후가 좋다 해도 임상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하루하루가 마지막 날 일수도 있는 암환자들에게는 너무나 긴 시간입니다. 또 면역항암제가 급여화가 되기까진 또 얼마나 숱한 시간이 지나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행히 폐암이나 흑색종 환자들은 급여화가 진행되는 듯해서 마음을 다스리고 있지만 그 외 승인된 암종이 아닌 암환자들에겐 더더욱 힘에 겨운 시간들입니다.

면역항암제의 급여화가 빠르게 진행됨이 최우선이고 급여화가 되면서 암환자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치료효과를 보고, 다양한 또 다른 암종에도 승인이 순차적으로 이뤄져 암으로 육체적 고통을 받는 것도 힘겨운 환자와 보호자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정신적인 고통까지 받는 힘든 상황이 줄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 희망이 없을 것 같아 무관심하고 싶지 않습니다. 투병을 오래 하다 보니 암환자들을 보면 모두가 가족 같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면역항암제의 급여화를 촉구합니다. 우리 암환우들에게 희망을 보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