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최근 잦은 회항으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안전점검과 정비가 소홀해진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월부터 경영 전면에 나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사진) 대한항공 사장도 난처하게 됐다.
지난 28일 오후 7시30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피지 난디행 대한항공 KE137편(A330-200) 여객기가 회항한 시점은 이륙 2시간50분 뒤였다. 운항 도중 유압장치에 이상이 있다고 알리는 경고등이 켜졌다고 한다. 유압장치에 문제가 생기면 기름이 유출돼 항공기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
승객 115명을 태운 비행기는 오후 10시20분쯤 괌 북동쪽 1120㎞ 상공에서 기수를 돌려 5시간40분여 만인 1일 오전 4시4분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 승객들은 약 2시간 뒤인 오전 5시58분 대체 항공편을 타고 다시 피지로 출발했다. 정상 출발까지 10시간30분 넘게 허비한 것이다.
같은 날 새벽 2시30분 싱가포르 공항을 출발한 인천행 KE644편(B777-300)도 이륙 2시간40분 만에 필리핀 마닐라 공항으로 긴급 회항했다. 객실 14B번 좌석에서 타는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기내 오디오·비디오 관련 전자장비 발열로 일어난 문제였다고 해명했다. 운항에는 지장이 없다고 판단해 대체편이 아닌 같은 항공기를 다시 출발시켰다고 한다. 해당 전자장비는 전원을 차단했다. 승객 285명은 당초 예정보다 4시간50분 늦은 오전 10시36분에야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난 20일에는 예정보다 30분 늦은 오후 5시45분 인천공항에서 출발을 시작한 태국 방콕행 대한항공 KE651편(B747-400)이 활주로로 이동하던 중 랜딩기어(착륙장치)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 탑승게이트로 돌아갔다. 2014년 12월 ‘땅콩회항’ 사건 때와 같은 ‘램프리턴’으로 회항과 같은 상황으로 본다.
대한항공은 정비가 오래 걸리자 뒤늦게 대체편을 마련했다. 승객 385명은 공항에서 7시간 가까이 대기하다 밤 12시를 넘긴 21일 0시1분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대한항공의 항공기 점검·정비 부실 문제는 자사 계열 저비용 항공사(LCC)인 진에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은 진에어 항공기의 위탁 점검을 맡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9시54분 승객 325명을 태우고 인천공항을 출발한 필리핀 클락행 진에어 LJ023편(B777-200ER)은 약 50분 뒤 인천으로 회항했다. 화물칸 화재 경고등이 울렸기 때문인데 확인 결과 센서 오작동이었다고 한다. 진에어는 다음 날인 9일 오전 8시35분 대체편을 띄웠지만 이륙이 당초보다 10시간40분 지연됐다.
LJ023편은 8일 0시40분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 준비를 하다 기체 꼬리 부분에서 연기가 난 LJ004편과 같은 항공기였다. 당시 승객 392명 중 상당수가 두통과 목 불편을 호소했고 90명은 재탑승을 거부했다. 국토교통부는 대한항공의 안전점검과 정비 실태에 대한 집중 점검에 들어갔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회항 또 회항… 3세 경영 체제 대한항공, 시작부터 오작동
입력 2017-03-02 05:04 수정 2017-03-02 1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