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의 3월’… 탄핵 후폭풍 한국號 순항? 난항?

입력 2017-03-02 05:00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3월이 시작됐다. 두 동강난 나라가 통합의 길을 걸을지, 내전에 가까운 대혼란에 빠져들지 예측불허 상태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헌재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재판관)이 퇴임하는 오는 13일 이전에 최종 선고를 내릴 것이 확실시된다. 선고 날짜는 8일, 10일, 13일이 거론된다.

헌재의 8명 재판관들은 3·1절인 1일에도 출근해 헌정 사상 두 번째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 도출을 위한 논의를 계속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재판관 6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하면 인용(認容) 결정이 내려져 박 대통령은 파면된다. 3명 이상이 반대 또는 각하를 택해 찬성 6명을 채우지 못할 경우 탄핵심판은 기각돼 박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한다.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한국은 후폭풍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헌법 68조 2항에 따라 60일 이내에 대선이 치러진다. 정국은 대선의 블랙홀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날짜는 탄핵 선고일이 언제냐에 따라 유동적이다. 대선일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결정한다. 탄핵 선고가 이달 13일 이전에 내려질 경우 대선은 석가탄신일과 어린이날 등 휴일을 제외한 5월 2일, 4일, 8∼12일 중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 진영은 숨죽인 상태로 탄핵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보수가 궤멸할지, 결집할지 예단하기 힘들다.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은 탄핵 전까지 대선과 관련된 움직임을 잠정 중단했다. 바른정당 고위 관계자는 “탄핵이라는 거대한 쓰나미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미리 움직이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바른정당이 추진했던 ‘중도·보수 빅텐트’ 작업도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바른정당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영입도 탄핵심판 추이를 보고 있다. 한국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검찰에 기소돼 당원권이 정지된 홍준표 경남지사의 당원권 회복 문제도 탄핵심판 이후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지사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 한국당의 잠재적 대선 후보들도 출마 선언을 탄핵심판 이후로 미뤘다.

범보수 정당 사이에서는 극명한 인식차도 느껴진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 소속 의원 32명 모두 의원직 사퇴를 결의했던 바른정당은 탄핵이 인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 색채가 남아 있는 한국당은 탄핵 기각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못한 상태다.

야권은 탄핵 인용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는 방침이다. 탄핵 선고 전까지는 대선 후보 경선 등 다른 일정을 최소화하고 탄핵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해 탄핵여론 결집에 나섰다. 야권 지도부는 탄핵 선고 전 마지막 주말로 예상되는 4일에도 광화문을 찾을 예정이다.

야권은 동시에 3월 임시국회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각 당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상법 개정안, 노동개혁 관련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쟁점 법안 처리에 주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야3당이 특검법 개정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관철을 여전히 앞세우고 있어 여야 대립과 파행에 따른 ‘빈손 국회’를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야권은 조기 대선에 대비한 내부 경선 준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예비후보와 경선 룰을 확정한 민주당은 탄핵 인용 시 곧바로 경선 국면으로 전환할 준비를 대부분 마쳤다. 이달 말이나 4월 초쯤 민주당 대선 후보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국민의당 경선 준비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경선 룰 협상이 시작됐지만 여론조사 비율 등 세부 사항을 놓고 각 후보 진영의 입장 차이로 진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달 말까지 당의 대선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하윤해 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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