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기행? 아니, 난 군것질 여행!

입력 2017-03-02 05:05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의 만둣가게 옹기 화덕 속에서 중국식 만두가 구워지고 있다. 화덕만두의 피는 과자처럼 바삭하고 속은 푹 익어 한입 베어 물면 육즙이 가득 나온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완도의 웰빙간식 전복빵((1)), 조청에 찍어먹는 인삼튀김((2)), 머리와 꼬리까지 담아낸 제주 꽁치김밥((3)), 영천시장의 갓 튀긴 달인꽈배기((4)), 흑돼지·파인애플·가래떡이 꽂힌 꼬치구이((5)). 한국관광공사 제공
한국관광공사는 ‘주전부리 여행’이라는 테마로 3월에 가볼 만한 곳을 선정·발표했다.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꽈배기’, 인천 중구 ‘인천차이나타운 공갈빵·화덕만두’, 강원도 정선 ‘아리랑시장 수수부꾸미·수리취떡·메밀전병’, 충남 금산 ‘인삼튀김’, 경남 통영 ‘오미사꿀빵·충무김밥·빼떼기죽’, 전남 완도 ‘전복빵’, 제주도 ‘흑돼지꼬치구이·꽁치김밥’ 등 7곳이 포함됐다.

◇고소한 냄새가 10리까지 퍼지는 영천시장=입이 심심한데 뭐 먹을 게 없을까 고민이라면 서울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인근 영천시장으로 가보자. 시장의 명물 꽈배기와 떡볶이부터 참기름 바른 꼬마김밥, 든든한 팥죽, 고소한 인절미, 쫀득한 찹쌀순대, 시원한 식혜까지 입맛 돋우고 속을 채워줄 간식거리가 모두 모였다. 저렴한 값은 덤이다.

시장은 깔끔한 모습으로 정비됐지만, 60년 세월을 품고 있다. 가지 않은 이는 있어도 한 번만 가는 사람은 없다는 곳이다. 주변에 역사를 간직한 서울 독립문과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알려지지 않은 벚꽃 명소 안산자락길까지 볼거리가 많다.

◇담백한 화덕만두와 달콤한 공갈빵, 인천 차이나타운=화덕만두를 비롯해 공갈빵, 홍두병 등 맛있는 먹거리가 넘친다. 중국식 화덕만두는 200도가 넘는 옹기 화덕에 구워 일반 만두와 달리 겉이 바삭하다. 한쪽에 꿀을 바르고 겉이 부풀게 구운 공갈빵도 달콤하면서 고소하다. 큼직하고 부드러운 빵에 팥소가 듬뿍 들어간 홍두병, 두부판만한 카스텔라를 큼직하게 썰어 파는 대왕 카스텔라도 인기다. 주전부리를 양손 가득 들고 떠나는 차이나타운 여행은 더욱 즐겁다. 짜장면의 탄생과 변천사를 볼 수 있는 짜장면박물관, 세계 명작 동화를 테마로 꾸민 송월동 동화마을, 근대 은행과 이국적인 건축물을 박물관과 전시관으로 꾸민 인천 개항장 근대역사문화타운을 돌아보면 하루해가 짧다.

◇침샘 자극하는 정선아리랑시장의 건강한 주전부리=메밀전병, 수수부꾸미, 수리취떡 등 예부터 즐기던 투박하지만 건강한 주전부리가 지금까지 사랑받는다. 화려하거나 강한 양념 대신 원재료의 고유한 맛이 특징이다. 정선아리랑시장(끝자리 2·7일, 토요일)에 가면 건전한 먹거리가 가득하다. 메밀가루를 묽게 반죽해 얇게 부치고 김치, 갓, 무채를 버무린 소를 올려 돌돌 말면 담백하면서도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좋은 메밀전병이 완성된다. 메밀 반죽에 배춧잎을 올려 메밀부치기(부침개의 사투리)를 만들고, 수수부꾸미는 찰수수 반죽에 팥소를 넣고 반으로 접어 기름에 부친다. 수리취 향이 은은한 수리취떡, 쫄깃한 감자떡도 발길을 붙잡는다. 주전부리를 맛봤다면 굴피집, 너와집 등 전통 가옥을 재현한 아라리촌, 금광과 석회동굴이 어우러진 화암동굴, 철길 따라 그림 같은 풍광을 감상하는 정선레일바이크로 다양한 매력을 느낄 차례다.

◇맛도 영양도 만점, 금산 인삼튀김=인삼 한 뿌리를 통째로 사용하는 인삼튀김은 조청에 찍어 먹으면 금상첨화다. 인삼순대와 인삼탕수도 대표적인 인삼 주전부리다. 끝자리 1·6일에 열리는 금산수삼센터의 수삼 경매, 2·7일에 서는 금산인삼전통시장 등 시장 구경은 덤이다. 그림책을 보며 순수한 시절로 돌아가는 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 장산호수와 어우러진 하늘물빛정원도 찾아볼 만하다. 임진왜란 때 금산전투에서 순절한 의병 700명을 기리는 금산 칠백의총도 빠뜨릴 수 없다.

◇통영에서 맛봐야 할 세가지 주전부리=통영은 ‘한국의 나폴리’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바다가 멋진 미항(美港)이다. 이곳이 최근 미항(味港)으로 거듭났다. 사시사철 해산물이 풍성하고 그 맛이 뛰어난 데다, 통영에 가야 제맛을 볼 수 있는 주전부리까지 더해져 ‘맛의 고장’으로 우뚝 선 것. 충무김밥과 꿀빵, 빼떼기죽이 대표적이다. 마침 봄이라 바다와 도시에 은빛 햇살이 반짝거리니 더 입에 감긴다. 올봄에는 통영의 바다를 다양한 방법으로 즐겨보자.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에 올라 한려수도를 내려다봐도 좋고, 옆구리에 미륵도의 바다를 끼고 출렁출렁 자전거를 타도 좋다.

◇오동통한 진짜 전복이 통째로, 완도 전복빵=완도의 으뜸 해산물 전복을 넣어 만든 웰빙 간식 전복빵은 지난해 초 출시돼 ‘빵지순례’ 남도 코스에도 이름을 올렸다. 전복 하나가 통째로 들어간다. 빵을 가르면 오동통한 전복 속살이 가득하다. 쫄깃하면서 부드러운 맛을 살리고 비린내는 없앴다. ‘장보고빵’이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전복쿠키, 해조류라테 역시 은은한 바다 향을 전한다. 읍내 음식특화거리에서는 전복해조류비빔밥이 식욕을 돋운다. 최근에는 해조류떡도 등장했다. 완도 해변을 거닐다 보면 거뭇한 전복 양식장이 흔히 눈에 띈다. 완도타워, 완도 청해진 유적, 청산도 등도 두루 들러볼 곳이다.

◇입안 가득 군침 도는 제주 주전부리 여행=제주의 주전부리 가운데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의 흑돼지꼬치구이와 꽁치김밥이 손꼽힌다. 두툼한 생고기가 빈틈없이 꽂힌 흑돼지꼬치구이는 두 번 구운 고기를 한입 크기로 자른 뒤 소스와 가츠오부시를 듬뿍 얹어준다. 꽁치김밥은 꽁치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다. 김밥 앞뒤로 꽁치 머리와 꼬리가 나온 독특한 모양과 담백한 맛에 자꾸 손이 간다. 돌하르방을 본떠 만든 앙증맞은 풀빵과 새콤달콤한 감귤주스도 인기다. 시장 구경을 마치고 자구리문화예술공원에서 잠시 쉬었다 가자. 한라산 전경이 바닷물에 비친 소천지, 바닷속 신비를 탐험하는 아쿠아플라넷 제주도 빼놓으면 아쉽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