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베스트셀러] 메마른 현대 사회 다양한 단면 풍자 ‘성인을 위한 동화’

입력 2017-03-03 05:00
스위스(독일어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르틴 주터(69)의 신작 소설 ‘코끼리(Elefant)’는 독일에서 지난 1월 18일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전직 카피라이터이자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던 주터는 1997년 ‘스몰 월드(Small world)’로 큰 인기를 끌었고 흥미진진한 범죄소설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독일어권 소설가로서는 비교적 평이한 언어로 현대적 감성을 가장 잘 살려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범죄 소설의 알레고리를 중심으로 현대 사회의 다양한 모습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것도 특징이다.

독일 최대 일간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코끼리’가 “기적과 일상 사이를 넘나들며 작은 핑크빛 코끼리에게 무겁고 철학적인 짐을 감당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이 소설은 낙오자, 소외된 인간의 전형인 거리의 부랑자이자 알코올 중독자인 주인공 ‘쇼흐’와 유전자조작으로 탄생한 작은 핑크빛 코끼리와의 만남을 통해 메마른 사회의 다양한 단면들을 풍자한다. 어느 날 부랑자 쇼흐는 잠자리인 강변 굴다리 밑에서 반짝이는 작은 핑크빛 코끼리를 발견한다. “과음해서 헛것이 보였나?” 그러나 다음날에도 코끼리가 같은 자리에서 반짝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편하게 읽히고 간략한 표현들로 서술된 ‘코끼리’는 시작부터 끝까지 독자들이 긴장감을 놓지 못하도록 한다. 공상과학, 철학, 스릴러, 동화적 요소가 모두 혼합된 독특한 형태로 현 시대를 이상적으로 담아낸 ‘성인을 위한 동화’라고 할 수 있다. 미래 소설을 좋아하지 않고, 범죄 소설을 읽지 않으며, 동화책 읽을 나이를 벗어난 모든 이에게 적극 추천한다.

베를린=김상국 통신원(베를린자유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