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생 커플, 행복하세요∼ 결혼식 비용 지원합니다”

입력 2017-03-02 00:05
‘개혁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생활비(개고생)’ 주최로 1일 경기도 부천 서울신대에서 열린 ‘제1회 행복웨딩’에서 개고생의 매니저들이 신랑 신부의 결혼을 축하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부천=김보연 인턴기자

신랑과 신부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두 사람을 축복하는 하객들의 환호 소리는 컸다.

경기도 부천 호현로 서울신대 성결인의 집에서 1일 열린 결혼식의 참석자들은 행복해보였다. 이날 예식은 ‘개혁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생활비(개고생)’가 주최한 ‘제1회 행복웨딩’ 이다. 주인공은 서울신대 신대원생 유일(33) 송지은(28·여) 커플.

유 전도사는 교회의 학생부와 청년부 담당 교역자로, 송 전도사는 선교단체에서 사역을 하고 있다. 신대원에서 만난 두 사람은 교제 끝에 결혼을 결심했지만 예식에 들어가는 비용을 마련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개고생은 두 사람을 위해 300인 분의 출장뷔페 식비와 식장 꽃장식비용 등 약 1000만원을 지원했다.

신부 송 전도사는 “중국에서 선교사로 사역하시다가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며 “천국에서도 오늘 결혼식을 보고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개고생은 목회자들의 자비량 사역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모임이다. 기업과 연계해 일하기를 원하는 목회자나 신학생들에게 일자리를 주선해준다. 목회자와 사업가 등으로 구성된 5명의 매니저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개고생의 매니저 문희준 목사는 “신학생들 중에는 넉넉지 못한 형편 탓에 생애 단 한 번뿐인 결혼식을 생략하거나 약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행복웨딩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개고생은 신학생들을 위해 행복웨딩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울신대와 지난 24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학교의 추천을 받아 선정된 커플에겐 결혼예식의 식사비용과 신혼여행비용 등을 지원한다. 단 커플 두 명 모두, 또는 둘 중 한 명이 서울신대 재학생인 경우에 한한다. 재학생이 아니라도 선교사 또는 서울신대 동문의 자녀일 경우 1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결혼식 당일 리무진 픽업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대상의 폭을 넓히기 위해 아세아연합신학대 등과도 협력을 논의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또 다른 매니저인 김용씨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웨딩업체 대표인 그가 실질적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는 일은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명령이기에 지켜야 한다”며 “마침 관련업계에서 일하고 있고 그 일을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해 동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개고생은 행복웨딩 외에도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푸드트럭을 구입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고 태양광 등 친환경발전소를 건립하는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개고생 김대은 매니저는 “도움이 필요한 누구에게나 관심을 나누고 실제로 도우며 나눔이 일상화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개고생의 목표”라고 말했다.

부천=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