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질병으로 인해 일을 할 수 없을 때, 소득 감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료 재정을 활용해 ‘상병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까지는 일을 하다가 질병과 상해를 입으면 산재보험 신청 후, 승인을 받은 재해노동자에게 산재보험에서 소득보전 차원으로 휴업급여를 평균 임금의 70%로 제공한다. 문제는 업무와 무관하게 질병이 발생했을 경우, 일정 기간 휴업을 해도 소득을 보전받을 수 있는 보장제도가 없다는 점이다. 암이나 중증 질환이 발생해 장기 치료를 받는 경우 실질소득이 줄어 가계가 파탄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대해 임준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국회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주최로 최근 열린 ‘우리나라 상병수당제도 도입방안’ 제6회 환자포럼에서 “업무 상 질병으로 인해 산재보험을 받는 경우 외에도, 질병으로 일을 할 수 없게된 저임금자나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 자영업자를 위한 소득보전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소득손실을 보전하는 상병수당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의료비 지급에 초점이 맞춰진 사회보험제도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업무를 하다가 중증의 암이 발병해도 직업과의 관련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빈번하다. 비정규직, 자영업자 등이 아파서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 소득이 상실돼 가정 형편은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질병이 발생해 노동을 할 수 없게 되면 사회보험제도 하에서 상병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정형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은 “독일의 경우 임금의 75%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일본도 피보험자가 노동을 할 수 없는 경우 최고 1년 6개월 한도 내에서 상병수당을 지급한다”며 “우리도 질병으로 인한 소득감소를 보전할 수 있는 상병수당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OECD 34개 회원국 중 공적 상병수당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미국,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에 국민들은 민간의료보험에 의존한다. 2013년 전체 가구 중 77%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으며, 가구당 월 평균 보험료가 28만8000원(종신, 연금보험 특약 포함)이다. 같은 해 직장 가입자들이 국민건강보험에 내는 세대별 본인 부담 보험료 평균 9만3000원의 3배 수준을 부담하는 셈이다.
우리나라에도 상병수당을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다. 지난 2013년 국회에서 개정한 국민건강보험법 제50조 조항에는 대통령령으로 상병수당을 부가급여로 실시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대통령령에는 상병수당 지급을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예산 부담을 이유로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건강보험료 재정 20조원 흑자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했다. 임준 교수는 “2015년 총 입원일수 5176만 여일을 전제로 2017년 노동부 발표 평균임금의 70%를 소득손실로 인정할 경우 1년에 최대 2조8225억원 정도의 상병수당 재정이 투입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정형준 위원도 “건강보험 흑자를 의료비에만 투입할 것이 아니라, 상병수당 도입을 위해서도 쓸 수 있어야 한다. 평균 2∼3조원 정도의 재정이 질병으로 일을 못하는 국민들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윤형 기자 newsroom@kukinews.com
아파 서럽고 돈 못버는데… 상병수당제가 대안이다
입력 2017-03-05 1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