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5개월에 접어든 직장인 김선하(가명)씨는 최근 얼굴 주름을 펴기 위해 보톡스 시술을 받으려 했다. 임신부도 보톡스나 필러 등의 미용 시술이 가능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임신부들이 많이 방문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다. 일부에서는 “얼굴 부위에 소량 맞는 보톡스 주사는 태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시술을 권유했고, 일부는 “아무리 소량이라고 해도 태아에게 보톡스 성분이 흡수될 수 있으니 가급적 피하는 것이 낫다”고 시술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김씨처럼 임신 중이라고 하더라도 미모를 가꾸기 위해 보톡스나 필러 등의 시술을 하는 여성들도 제법 있다. 또한 임신인지 모르고 얼굴에 성형목적으로 보톡스 시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여성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임신 중에도 보톡스나 필러 시술을 받아도 되는지”를 묻거나 “임신부에게 안전한 레이저 시술을 추천해 달라”는 글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임신부들을 위한 미용시술 병원을 추천해 달라는 글도 눈에 띈다.
그렇다면 임신부도 보톡스나 필러 시술을 받는 것이 가능할까. 국내에서 사용되는 주요 보톡스나 필러 제품 등의 사용자 설명서를 살펴본 결과, 이들 제품의 대부분은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환자에게 권장되지 않는다. 실제 관련 제약사 등에 따르면 임신부에 대해 적절한 대조 연구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신부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수태한 쥐와 토끼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근육주사를 했을 경우, 고용량 투여 시에 태아의 체중감소와 골화지연이 나타났다. 토끼를 대상으로 한 용량 설정 A사의 보톡스 연구에서 0.125U/kg/일(수태 6∼18일째) 및 2U/kg/일(수태 6∼13일째)을 매일 투여 시, 중증의 생식독성, 유산 및 치명적인 기형이 나타났다. 고용량에서는 태아사망을 일으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토끼가 보톡스에 예민한 종이기 때문도 있다.
따라서 임신중 또는 수유중에는 보톡스나 필러 시술을 원칙적으로 금기시 한다. 박영진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기획이사는 “임부에 대한 적절한 임상연구가 부족하여,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술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마더리스크프로그램에서 연구한 논문을 보면, 보톡스 주사가 태아에게 크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과도 있다. 이 에 따르면 보툴리눔 톡신 A형은 고분자 단백질이기 때문에 태반 통과가 어렵다. 보툴리눔 톡신 A형을 권고량에 맞춰 적절하게 투여한다면 혈액을 통한 체순환으로 들어갈 우려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구체적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 이다.
한정열 제일병원 한국마더세이프전문상담센터장(산부인과 전문의)은 “보톡스는 보툴리누스균의 신경독소를 정제한 것으로, 고분자 단백질이어서 태반통과가 거의 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태아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임신 중 보톡스 시술을 받는 것에 대한 태아 안전성에 대한 증거는 아직 충분치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윤형 기자
임신부 보톡스 주사 괜찮을까?
입력 2017-03-05 1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