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등에 업은 캐리 람(59) 전 홍콩 정무사장(총리 격)이 무서운 기세로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에 뛰어들었다.
홍콩 빈과일보는 입후보 마지막 날인 1일 캐리가 선거위원 1200명 중 추천인 579명을 확보해 후보로 등록했다고 보도했다. 후보 자격을 위해 필요한 최소 추천인 150명을 훌쩍 넘어 4배에 육박하는 수를 확보해 압도적 위세를 과시했다.
오는 26일 실시되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3파전으로 압축됐다. 캐리 경쟁자로는 존 창(65) 전 재정사장(재정장관 격), 우쿽힝(71) 고등법원 판사가 꼽힌다. 그러나 두 후보는 각각 추천인 160명과 179명을 확보해 캐리의 위세에 한참 못 미쳤다. 행정장관 선거에서는 선거위원 과반 이상의 표를 획득하면 당선되기 때문에 캐리는 이미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캐리는 대표적 친중파로 중국의 막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전폭적으로 캐리를 밀고 있다. 캐리가 중국 정부에 우호적이고 행정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2014년 반(反)중 성격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을 진압하는 과정에서도 공을 세웠다.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고 싶어하는 범민주파는 캐리를 지지하지 않는다. 캐리의 선거구호 ‘동행(同行·WE CONNECT)’을 비꼬아 중국, 기득권과 ‘결탁(勾結·WE COLLUDE)’하는 후보라고 꼬집었다. 또 캐리가 렁춘잉 현 행정장관 아래서 2인자로 군림하면서 그와 함께 친중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렁춘잉 2.0’ 시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홍콩 행정장관 선거, 대표 친중파 캐리 람 부상
입력 2017-03-01 18:05 수정 2017-03-01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