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슬람교도(무슬림)들이 훼손당한 미국 내 유대인 묘지 복구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유대인 공동묘지가 반유대주의 반달리즘(공공기물 파괴 행위) 피해를 입자 무슬림 활동가들이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해 묘지 복구 모금활동에 나섰다. ‘유대인 묘지 복구를 위한 무슬림 연합’이란 이름의 크라우드 펀딩 페이지에는 현재 목표액 2만 달러(약 2260만원)의 8배에 가까운 기부금이 답지했다.
모금운동을 주도한 무슬림 활동가 타레크 엘메시디는 28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목표액 이상을 모아 세인트루이스는 물론 필라델피아 유대인 묘지도 도울 수 있게 됐다”고 기뻐하며 모든 무슬림에게 “유대인 형제·자매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내밀고 함께 편견에 맞서 싸울 것”을 촉구했다.
미 무슬림 단체인 아흐마디야 무슬림 공동체 소속 회원들은 직접 필라델피아 유대인 묘지를 찾아 유대인들을 위로하고 부서진 비석을 치우는 일을 도왔다. 공동체 대변인 살람 바티는 “이런 공격은 유대인 형제·자매뿐만 아니라 우리 무슬림을 겨냥한 것”이라며 극단주의에 맞서 서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우선주의와 백인 국수주의가 기승을 부리며 반이민 정서가 확산되자 미국 사회에서 전통적인 앙숙 관계였던 무슬림과 유대인이 서로 손잡는 사례가 많아졌다. 지난달 초 텍사스주 빅토리아의 이슬람 사원이 원인 불명의 화재로 전소됐을 당시 현지 유대인들은 기도할 곳을 잃은 무슬림 이웃을 위해 유대교 회당을 예배 장소로 제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유대인 돕기 나선 미국 무슬림… 트럼프 시대가 낳은 종교연대
입력 2017-03-0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