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부지를 제공키로 한 롯데 제재론에 쇼비니즘(배타적 애국주의)이라는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다. 대국으로서 정도(正道)가 아니라는 자성의 목소리다.
중국 인터넷 매체 동북아재경의 웨이신 계정인 동북아관찰은 1일 환구시보가 롯데를 중국에서 쫓아내고 한류와 한국 제품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전형적인 쇼비니즘으로 규정했다. 매체는 “정작 대외적으로 패권을 비판해온 중국이 스스로 패권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환구시보를 향해서는 “극단적 민족주의 매체의 오만에서 나온 것이며 법도 무시하고 하늘도 꺼리지 않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체는 특히 외국 기업을 벌주려면 법에 근거해야 하는데 중국 어느 법에 롯데를 쫓아낼 수 있는 근거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중국 기업 역시 롯데와 마찬가지로 정부에 맞서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롯데가 성주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내놓은 것은 한국 정부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응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이 대중 수출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면서 사드 배치로 중국의 ‘안전 이익’을 저해한다는 논리도 반박했다. 동북아관찰은 “무역은 상호 호혜적이라면서 한국 수출 이익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온다고 이를 제재한다면 미국의 대중 제재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 무역적자의 47%가 대중 무역에서 발생한다.
환구시보는 이날 관변 학자인 리하이둥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의 ‘롯데 제재는 쇼비니즘과 관련 없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동북아관찰을 반박했다. 롯데가 사드 부지 제공으로 중국의 안보를 침해했기 때문에 롯데의 중국 사업 정당성이 약화됐다는 주장이다. 리 교수는 “다른 기업들이 롯데처럼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이지만 정식 관영 매체로 분류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많다. 공산당과 정부의 기조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과격한 주장과 민족주의 성향 때문에 중국 내에서 비판을 받기도 한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롯데제재 정당” vs “패권주의”… 中 언론은 지금 쇼비니즘 논쟁
입력 2017-03-0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