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부지를 제공키로 결정한 이후 중국의 반발 수위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한국 정부로서도 적절하고 단호한 대응을 위해서는 중국 움직임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과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의중은 외교부 발표를 통해 큰 윤곽을 가늠해볼 수 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 배치 철회로 양국 관계와 무역 협력 및 인문 교류에 더 큰 부정적인 영향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겅 대변인은 지난 28일에도 “외국 기업의 중국 내 성공 여부는 최종적으로 중국 시장과 소비자에게 달려 있다”면서 경제적 보복을 예고했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으로서 국제법을 거스르는 경제 제재는 아니지만 민간 차원의 보복이 있을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중국 언론들은 연일 사드 보복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 선봉에 서 있는 관영 환구시보는 1일 사설에서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우리의 반격은 조직적이고 단호해야 하며 우리의 제재는 평화로우면서도 철저해야 한다”며 “중국 소비자들은 시장의 힘을 통해 한국을 벌함으로써 한국에 교훈을 줄 주요한 세력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뿐 아니라 삼성과 현대도 조만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체적인 움직임도 보인다. 중국 온라인 쇼핑 사이트인 징동닷컴은 지난 28일 입점해 있던 롯데마트관을 갑자기 폐쇄했다. 징동닷컴 내 유명 한국 브랜드 상품들도 자취를 감췄다. 앞서 중국의 알리바바 쇼핑몰 톈마오도 롯데 플래그숍을 폐쇄시켰다.
1일에는 롯데그룹 중국 홈페이지가 해킹 공격으로 마비되기도 했다. 롯데 측은 외부 해킹 공격으로 유입된 바이러스 때문에 홈페이지 작동이 중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의 롯데면세점 계정에는 한국 제품 불매를 촉구하는 내용의 게시물 수만개가 달렸다.
한편에서 중국 언론들은 경북 성주 주민 등의 사드 반대 시위를 비중 있게 보도하며 여론전을 펴고 있다. 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드 배치 문제는 차기 정부에 맡겨야 한다”는 발언도 부각시키고 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한국 내 위기감과 반대 여론을 확산시켜 사드 배치가 철회되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벌써부터 사드 무력화 방안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도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 확정 직후인 지난 27일 “필요한 조처를 해 안전 이익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군사 전문가 쑹중핑은 한반도의 전쟁 상황을 가정한 것이긴 하지만 “사드가 배치된 성주는 중국 전략 핵미사일 운용 부대인 로켓군의 타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군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용도라고 주장해온 X-밴드 레이더(AN/TPY-2)를 파괴하기 위해 고에너지레이저 등의 무기 도입과 전자파 교란 등의 방안도 거론된다. 중국 군사과학원 분석가 펑광첸은 “체코와 폴란드를 상대로 중국과 비슷한 위협에 처한 러시아는 전략폭격기 정기 순찰, 고성능 미사일 개발로 미국의 방패가 러시아의 창을 막지 못한다는 점을 각인시켰다”면서 “중국도 이를 배우자”고 했다.
이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이 28일 중국 외교부 초청으로 방중한 것은 중국의 북한 끌어안기로 볼 수 있다. 사드를 통해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한·미를 향해 북한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과시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미국과 관계를 고려한다면 마냥 북한만 감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이슈분석] “삼성·현대도 어려움 겪을 것” 협박 공세
입력 2017-03-0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