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反이민은 일자리 만들기”

입력 2017-03-01 18:02 수정 2017-03-01 21:2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취임 이후 첫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하면서 손가락으로 앞쪽을 가리키며 미소를 짓고 있다. 뒤편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왼쪽)과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다. AP뉴시스
민주당 하원 여성 의원들이 2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기 위해 입장하자 쳐다보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에게 저항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1900년대 여성 참정권운동 때 입던 흰옷을 맞춰 입고 나왔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의회 합동연설의 대부분을 경제 재건과 일자리 창출 등에 할애했다. 이를 위해 동맹국의 희생과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강조했다. 국경장벽 건설과 반(反)이민법 시행도 일자리 창출로 귀결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취임사 때보다는 공격적인 어투가 다소 줄었지만 지지층을 겨냥한 듯 선거 공약을 되풀이하고 취임 이후 실적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북한 언급 않고 동맹 부담만 강조=백악관은 의회 연설을 앞두고 외교경로를 통해 우리 정부에 북한 문제는 언급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의회 연설의 초점을 미 국내 문제에 맞췄기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외교안보 현안은 다루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트럼프는 그러나 방위비 인상 요구는 빼놓지 않았다. 트럼프가 주로 겨냥한 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 보였다. 그는 “나토는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만들어졌고 공산주의를 물리친 냉전을 통해 다져졌다”며 나토의 존재와 필요성을 인정했다. “나토는 낡은 체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던 종전에 비하면 많이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했다. 방위비를 인상할 대상으로 중동과 태평양까지 포함시켰다. 태평양에는 한국과 일본 호주 필리핀 태국 등 5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다.

◇국경장벽 건설, 반이민법 강행=트럼프는 안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장벽 건설과 반이민법 강행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남쪽 국경의 장벽은 예정보다 빨리 착공될 것”이라며 “마약과 범죄를 막는 효과적인 무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반이민법을 시행하면 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고 불법체류자에게 쓰는 복지비용 수십억 달러를 아낄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트럼프는 “캐나다 호주 등 많은 나라들은 이민 희망자들에게 경제적 자급 능력을 갖췄는지 따지는 이민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은 그렇지 않아 가난한 미국시민들을 도울 자원이 고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무역보다 ‘미 우선주의’가 앞서=트럼프는 경제 재건을 위해 자유무역도 손볼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체결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미국 제조업 일자리 4개 중 1개가 사라졌고 중국의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미국 공장 6만개가 문을 닫았다”며 “지난해 미 무역적자는 8000억 달러(904조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미국을 대변하지 전 세계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영국 BBC방송은 트럼프 연설을 두고 “큰 정부(big government)가 돌아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BBC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998년 의회 연설에서 “큰 정부의 시대는 끝났다”고 한 것과 트럼프가 이번에 “작은 생각을 끝낼 시간”이라고 말한 것을 비교하며 이같이 평가했다. 하지만 인프라 투자와 국방비 증액을 말했지만 재원조달 방안이 없다면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도 “말만 앞세운 약속인 ‘트럼프토피아’는 이전에도 들어봤다”면서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고 꼬집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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