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앞세워 지난달 수출이 5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초 수출 회복세가 확연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체 수출액 중 7분의 1이 반도체일 정도로 ‘반도체 편중’ 현상이 심각한 데다 대내외 불확실성은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통관 기준)이 43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2% 증가했다. 수입은 360억 달러로 23.3% 늘었다. 수출은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상승률도 2012년 2월 이후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2월 수출 증가율이 -13.4%였던 것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고부가가치 품목의 수출 급증과 주력 품목의 전반적인 회복세가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수출 주력품목 13개 중에 10개가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는 64억 달러로 54.2% 상승률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석유제품의 수출 상승률은 무려 72.3%나 됐다. 철강과 석유화학도 각각 42.9%, 42.6%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2015년부터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수출이 올해는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정부도 올해 수출 증가율을 2.9%로 올려 잡았다.
하지만 불안한 부분도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국의 한한류 등 대외 불확실성이 하반기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큰 데다 다음달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도 한국 수출의 위험 요소다.
정부는 최근 열린 ‘제11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전체 수출 마케팅 예산의 60% 이상을 상반기에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보호무역 가시화에 따른 하반기 수출환경 악화에 대한 대비책은 내놓지 못했다.
반도체 등 특정 품목의 의존도가 높은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시장조사포털 스태티스타가 지난해 내놓은 반도체 시장 규모를 보면 2009년부터 답보를 이어가던 반도체 시장은 스마트폰 열풍 등에 힘입어 2013년부터 상승세로 전환했다. 스태티스타는 지난해 3340억 달러였던 반도체 시장이 올해는 346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국제반도체산업협회는 올해 시장을 3700억 달러로 전망했다. 이에 정부도 낸드플래시 등을 고부가가치 수출품목으로 키우기로 했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중국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인텔과 삼성 등이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10년간 약 175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 중국의 반도체 기업은 SMIC, XMC, 칭화유니그룹, AMEC 등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는 2020년이면 중국의 낸드플래시 생산량이 삼성과 인텔의 2.5배로 성장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한편 고전했던 자동차 품목은 유럽연합과 중남미·러시아 등 신흥시장으로의 수출이 늘면서 2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수출은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건, 갤럭시S 8 신규 출시 지연 등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반도체 앞세워 지난달 수출 5년 만에 최대 상승
입력 2017-03-0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