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고난에 바치는 ‘부활의 노래’

입력 2017-03-03 00:01
성극 ‘더 나은 노래’ 작가 김효선씨가 지난달 24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입구역 한 공연연습실에서 배우들의 리허설을 지켜보고 있다.
스태프와 배우들이 공연 연습하기 전 기도하는 모습.
지난달 24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입구역 7번 출구를 나와 작은 건물 지하 공연연습실로 들어갔다. 49㎡(13평) 넓이의 좁은 공간. 20여명의 배우와 스태프가 주문한 도시락으로 저녁식사를 끝내고 본격적인 공연연습에 나설 찰라였다. 20,30대 예술인들은 활기가 넘쳤다.

3일 서울 대학로 여우별씨어터 무대에서 펼쳐지는 뮤지컬 ‘더 나은 노래’(연출 박상우) 팀들이다. 그들은 기도로 시작했다.

“하나님, 오늘 우리가 주 안에서 기쁨으로 섬기고자 합니다. 모두를 강건하게 하시고, 소경이 눈뜨듯이 당신을 향한 열망의 눈빛을 갖게 하소서.”

그렇게 대표 기도가 있고 곧바로 암전 됐다. 칠흑 같은 어둠. 그리고 낮고 무거운 음악이 흘렀다.

“예수께서 길을 가실 때에 날 때부터 소경된 사람을 보신지라 제자들이 물어…이 사람이 소경으로 난 것이 뉘 죄로 인함이오니까 자기니이까 그 부모니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 사람이나 그 부모가 죄를 범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니라.”(요 9:1∼4)

심장을 울리는 말씀. 빛이 들어오고 배우들은 안무 대사 노래로 끊김 없는 연습을 이어갔다. 그런 그들을 지켜보는 따뜻한 눈동자. 이 뮤지컬의 대본을 쓴 이는 극단 ‘좋은나무좋은열매’ 김효선(55·서울 백주년기념교회) 대표였다. 김 대표는 10년 전 여고 2년생 딸을 백혈병으로 잃었다.

그는 딸과 지상에서의 이별 전까지 중견 방송작가였다. 이병헌 심은하 주연 SBS미니시리즈 ‘아름다운 그녀’ 등으로 고품격 작품성을 자랑했다. 이병헌이 가난한 권투선수로, 심은하가 애 둘 딸린 과부로 나왔다.

‘더 나은 노래’는 조각같이 반듯한 인생을 살아온 조각가 우선(박상우 분)이 시력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고난과 구원을 얘기한다. 목적 없이 살다 인생의 절벽을 맞이한 이들이 ‘일어나 너희 발로 서라’(행 26:16) 명령을 들었을 때 우리는 일어설 용기와 의지가 있는 것일까.

“그 똑똑하고 반듯했던 아이가 빛보다 짧은 순간에 무균병동으로 옮겨져 2년 반 동안을 병마와 싸웠어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내가 내 딸도 버거운데 왜 이 무균병동에서 다른 이들의 생과 사의 고난을 지켜봐야 하는 거죠.’ 기도 외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요. 아무 것도.”

2년 여간 그는 단 한 자도 글을 쓸 수 없었다. 하늘은 말도 없이 푸를 뿐이었다. “딸에게 고난을 주신 이유를 깨닫고 나서 비로소 글을 썼어요. 무균병동에서 만난 사람들을 위로하는 논픽션을 써 공모에서 수상하고, ‘울지마 죽지마 사랑할거야’ 등 책으로도 냈어요. 하지만 그 또한 말도 없는 푸른 하늘같다는 생각….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고난에 감사하지 못한 나였던 거죠. 성령께서 깨닫게 하셨어요. ‘더 나은 노래’는 그 가운데 쓸 수 있었습니다.”

그는 예수문화선교 극단을 만들어 교회를 대상으로 공연했다. 조건 없이 헌신해준 스태프와 배우들이 고마웠다. 서울 온누리교회와 서현교회 등 도와준 10여 교회가 눈물나도록 감사했다. 무엇보다 공연을 보고 감동 받아 우는 교회 관객에게 힘을 얻었다.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한 첫 무대입니다. 예수의 고난에 감사하는 마음을 그들과 나누었으면 해요. 인생의 고난을 통과한 자가 부활의 노래를 부를 수 있어요. 그건 분명해요.”

글·사진=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