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한상훈] 박영수 특검 이후 검찰의 과제

입력 2017-03-01 17:28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해 온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이 종료됐다. 긴박한 90일이었다. 지금까지 수사결과로 볼 때 이번 특검은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사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을 뇌물죄로 입건해 수사했고, 삼성그룹의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구속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장관급 인사 5명,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최순실, 장시호 등 13명을 구속했고, 30여명을 기소했다.

특별검사 무용론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적기에 신속하게 구성된 특별검사는 충분한 수사력으로 만족할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알게 됐다.

하지만 박영수 특검의 성과에 기쁘기보다는 마음이 착잡하다. 대통령의 측근이 국정을 이렇게 농단할 동안 사정기관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놀랍고 참담하다. 경찰이나 검찰이 보다 독립적으로 권력형 비리와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었다면, 처음부터 이러한 국가적 불행과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오히려 검경을 뒤에 업고 부정비리를 저지른 정황이 있다. 정권과 검찰은 더욱 유착돼 사익을 챙기면서 부패하는 사이 대한민국은 쇠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민 여망에 반해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을 승인하지 않아 특검에서 이첩된 사건은 검찰의 쉽지 않은 숙제가 됐다. 무엇보다 검찰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직무유기, 직권남용 혐의, 그리고 SK 롯데 등 대기업의 뇌물공여혐의 등을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다. 여러 정황상 심증은 있으나 결정적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수사력을 동원해 이 부분의 규명을 서둘러야 한다. 아마도 특별수사본부를 활용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소위 우병우 사단의 실체를 파악해 수사팀에서 배제하고,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오직 진실을 밝혀내는 데 진력을 다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나아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검찰과 법무부는 무너진 사정기관을 재정비하고, 혁신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독립적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고, 야당과 국민 80% 이상이 공수처 도입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공수처 도입과 무관하게 검찰은 검찰 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예전처럼 물타기식 재탕 삼탕의 개혁안이 아닌 진정으로 자신부터 비우고 권한을 버리는 개혁에 발 벗고 나서야 국민 신뢰를 얻을 것이다.

우선 검찰 인사에서 청와대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혁신해야 한다. 검찰총장추천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는 중립적 외부 인사를 늘리고 권한을 강화해 일반 국민과 외부 법률가의 상식적 판단이 반영될 수 있게 한다. 검찰총장 또는 검사장의 선출제도도 전향적으로 검토한다. 둘째, 경찰 내 수사경찰의 전문성·중립성과 병행해 검사의 수사지휘나 직접수사는 획기적으로 줄인다. 셋째, 검찰 수사나 기소에 대한 이의심사위원회를 설치해 수사의 공정성 시비를 판단하게 한다. 넷째, 감찰부서를 외부에 개방하고 독립적으로 강력히 운영해 실질적인 감찰이 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꾸려는 개헌 논의가 한창이다. 일리가 있다. 하지만 경찰·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영향만 없애고, 독립적·중립적 수사와 기소만 가능해도 대통령의 제왕성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사정기관을 대개혁해 대한민국의 앞날에 전화위복이 되기를 앙망한다.











한상훈(연세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