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5G 시대 앞당기자” “급할 것 없다” 업체간 온도차

입력 2017-03-02 00:00
지난 27일(현지시간)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 중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7’ 행사장 내 삼성전자 부스에서 관람객이 VR(가상현실) 4D 체험을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맞은편 LG전자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신형 스마트폰 G6 등을 살펴보는 모습. 삼성전자·LG전자 제공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7은 5G 시대를 대비하는 업체들의 온도차가 있다는 걸 보여줬다. 국내 이동통신사를 비롯한 선발 주자들은 적극적으로 5G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뛰는 반면 당장 급할 것 없다며 느긋한 업체들도 적지 않았다.

5G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텔레콤·KT 등 국내 이동통신사와 노키아·에릭슨 등 장비업체, 인텔·퀄컴 등 칩셋 제조업체 등이었다. 이들은 다가올 5G 시대의 변화상을 제시하며 5G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MWC 전시관 중 5G 시대를 가장 손에 잡힐 듯 보여준 곳은 SK텔레콤이었다. 다른 통신사들이 개념적인 설명 수준의 전시를 한 반면 SK텔레콤은 5G 기반의 초고화질 실시간 360도 가상현실(VR) ‘360 라이브 VR’, 인공지능(AI) 기반의 결제 기능을 갖춘 커머셜 로봇, 어린이용 토이봇, 애완용 펫봇 등을 선보였다.

SK텔레콤, KT, NTT도코모, 퀄컴 등 20개 업체들은 표준화기구 3GPP에 5G 표준을 앞당겨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SK텔레콤과 KT는 5G 상용화 시점을 2019년으로 앞당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통신장비 업체 노키아는 5G 퍼스트 솔루션을 발표했다. 5G 구현에 필요한 각종 솔루션을 묶은 것으로 통신사 등 업체들이 빨리 5G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노키아·도이치텔레콤 등 일부 전시관은 5G 기반으로 구동되는 산업용 로봇을 전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5G는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레이턴시(통신시 지연되는 시간)가 거의 없어 원격조종을 할 때 시간 차이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스페인 이동통신사 텔레포니카는 외부에 있는 자동차를 실내에서 5G로 연결해 운전하는 모습을 시연하기도 했다.

인텔·퀄컴 등 칩셋 제조 업체도 5G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VR, AR 등 각자의 칩셋으로 구현할 수 있는 5G 관련 서비스로 빼곡하게 채웠다.

하지만 모두가 5G에 적극적인 것은 아니었다. 전시장에서 만난 한 이통사 관계자는 “아직 4G 시설 투자비도 회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5G에 또 투자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업체가 많다”면서 “일부에서는 5G 도입 시기를 최대한 늦추려는 분위기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많았던 VR 관련 전시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VR의 경우 아직 시장성이 검증되지 않은 탓에 올해 MWC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고용량 데이터를 레이턴시 없이 보내야 하는 VR은 5G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부 업체들이 서비스를 설명하기 위해 VR을 사용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VR 자체를 사업으로 선보이는 곳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설명을 위한 장비도 AR로 대체하는 곳도 있었다. 한 통신장비 업체 관계자는 “VR은 돈이 안 된다고 판단해 전시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바르셀로나=김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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