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 커피향에 섞이는 담배 연기… 흡연자·비흡연자 갈등 불붙는다

입력 2017-03-02 05:01

카페에 매캐한 냄새가 퍼졌다. 지난 22일 낮 12시40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는 구석에 마련된 흡연실에서 담배 냄새가 흘러나와 커피 향 사이로 번져갔다. 2평짜리 흡연실에서 직장인 6명이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유리벽 안은 담배 연기가 안개처럼 가득했다.

카페를 찾은 이들은 담배 연기에 인상을 찌푸렸다. 대학생 신혜원(23·여)씨는 “자리가 없어 흡연실 앞에 앉을 때가 종종 있는데 흡연실에 사람이 몰릴 때마다 담배 냄새에 괴롭다”고 말했다.

사람이 많은 강남역 주변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도 매운 냄새가 났다. 이곳 흡연실에는 환풍구 하나만 있을 뿐 공기청정기와 에어커튼은 없었다. 창문이 반쯤 열려 있었지만 7, 8명이 한 번에 뿜어내는 담배 연기를 감당하진 못했다.

이곳을 찾은 사람의 절반은 카페 고객이 아닌 담배만 피우러 온 사람들이었다. 주변에서 실외 흡연실을 찾지 못하고 카페에 잠깐 들른 것이다. 이들이 흡연실을 드나들 때마다 담배 냄새는 더 짙어졌다. 대학생 김지윤(26·여)씨는 “담배를 안 피워서 냄새를 참기가 더 힘들다”며 “흡연실 주변에 있는 자리는 흡연실 안쪽과 공기 상태가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내 흡연실 설치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을 따라야 한다. 흡연실은 표지판을 달고, 담배 연기가 밖으로 새지 않도록 밀폐해야 한다. 환풍기 등 환기시설도 필요하다.

카페마다 환풍구 개수나 공기청정기와 창문, 에어커튼 설치 여부는 제각각이다. 규정상 ‘담배 연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완전히 밀폐하라’고만 돼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설비를 갖추라고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예 흡연실 설치를 권장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규격을 만드는 일에는 손놓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규정에 따라 환기시설을 마련한 밀폐공간이라도 문이 여닫히면서 연기가 다 샐 수밖에 없다”며 “법으로 흡연실 설치를 막을 순 없지만 앞으로 점차 금연구역으로 변해갈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흡연실을 없애는 카페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외면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관계자는 “우리 카페는 전국 매장의 3분의 1에 흡연실을 두고 있다”며 “카페에 콘센트를 설치하는 것처럼 흡연실도 고객의 기호로 본다. 담배 연기가 큰 문제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흡연실이 사라지길 기다리는 동안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갈등만 커지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는 “오늘날 카페는 지하철과 택시처럼 다양한 사람이 일상적으로 모이는 공간”이라며 “비흡연자가 일상에서 원치 않게 담배 연기에 맞닥뜨리면 불만이 더 커진다”고 분석했다. 신민형 한국담배소비자협회장은 “카페가 법에서 정한 기준에만 맞게 형식적으로 흡연실을 설치해서 생기는 문제”라며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가 인상 쓰지 않는 흡연시설 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