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사진과 함께 읽는 로마인의 신앙과 역사 이야기

입력 2017-03-02 00:00

로마 곳곳을 담은 사진은 독서의 집중도를 높여준다.

현장에 앉아 함께 대화를 나누듯 이어지는 잔잔한 필체는 로마제국의 어떤 날로 옮겨간 듯한 착각을 주기까지 한다.

한평우 목사는 1982년부터 로마한인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는 ‘로마통’이다. 그가 로마제국이 남긴 유적지 곳곳을 다니며 발로 쓴 이 책은 불멸할 것처럼 번성했던 로마제국의 잔해를 통해 2017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일종의 묵상집이다.

책의 제목은 1장 ‘황제들’ 편의 일곱 번째 글의 제목과 동일하다. 소재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카노사의 굴욕이다.

신성로마제국 황제 하인리히 4세와 교황 그레고리 7세 사이에 벌어졌던 암투의 한 장면을 그린 글에는 잔인한 승리와 복수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둘 사이에 시작된 첫 싸움의 잔인했던 승자는 교황이었고 복수의 칼을 던진 최종 승자는 황제였다. 이 글만 봐도 책 전체에 응축된 교훈을 엿볼 수 있다.

책은 ‘황제들’과 ‘학자·예술가들’ ‘영적 거성들’ 등 큰 주제로 나뉘어 있다. 로마제국에 살았던 네로와 콘스탄틴, 마키아벨리, 단테,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의 인물과 폰테 밀비오 다리, 어거스틴의 밀라노 정원, 산 클레멘트 교회 등의 장소에 얽힌 역사와 신앙 이야기가 소소하게 담겨 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