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人 탐방]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팀티칭-통합교육 접목 ‘실천형 목회자’ 양육한다

입력 2017-03-01 00:26
설원에 포근히 안긴 경기도 이천 신둔면 마소로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전경. 작고 아담한 눈 덮인 캠퍼스가 한 폭의 그림 같다. 실천신학대학원대 제공
총장 손인웅 목사
학생들이 본관 로비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기뻐하는 모습. 실천신학대학원대 제공
설립자 은준관 박사
경기도 이천시 신둔면 마소로 11번길 311-43.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총장 손인웅 목사)는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20여분을 달려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라는 안내판을 따라 산길을 따라가면 2층 높이의 신학교 건물이 보인다.

팀티칭으로 중소형교회를 살리는 신학교

실천신대의 목표는 ‘교회성장 이후기’에 접어든 한국교회가 하나님 나라 백성 공동체로 전환될 수 있도록 목회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데 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해 제4대 총장에 취임한 손인웅 총장은 “실천신대는 신학을 위한 신학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 백성 공동체에 근거한 바른 실천신학을 제시하기 위해 설립된 목회자 재교육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천신대의 교회론과 목회신학을 통해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목회 본질을 재확인하고 바른 목회의 길을 찾고 있다”면서 “한국교회 목회자를 살리고 중소형교회를 살리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천신대의 가장 큰 특징은 팀티칭(Team-teaching) 제도다. 2∼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에는 교수와 학생이 공동으로 연구발표를 준비하고 신학을 전공한 석좌교수와 현장목회 경험이 풍부한 임상교수가 자신의 학식과 경험을 보충해 준다. 신학적인 ‘하나님 나라’를 현장의 ‘하나님 나라’로 이끌어 내는 과정인 셈이다. 이들은 매 시간마다 참여해 그날 배우는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연구·발표한 뒤 서로 토론을 벌인다. 다른 과목 교수들이 토론에 가세하고 학생들의 질의와 토론이 이어진다. 교수와 학생이 함께 수업을 준비하고 석좌교수 등의 지도를 받다보면 자신이 갖고 있던 교회론의 틀이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기획처장을 맡고 있는 박종환(48·예배학) 교수는 “실천신대는 일반 신학대학이 아니다”라면서 “팀티칭과 통합교육을 제대로 접목시킨 목회자재교육기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여러 교수가 한 팀이 되어 교육하는데, 치열한 논쟁을 벌이다보면 밀도 깊은 수업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면서 “한 학기에 세 과목만 배우지만 수업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수업은 종교사회학, 교회론, 목회신학을 통해 한국사회와 교회의 여러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하며 해답을 찾는 과정으로 시작된다. 이어 예배학과 설교학을 통해 부름 받은 하나님 나라 백성 공동체의 존재 양식과 하나님 백성 공동체를 세우는 일이 어떤 것인지 재정립한다. 이로써 선교와 사회봉사의 신학적 이해를 통해 하나님 나라 백성 공동체를 세상으로 파송하는 선교적 공동체를 모색한다.

‘가르침’은 배움으로부터 나온다

실천신대의 역사는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회론과 목회신학을 통해 목회의 본질을 확인하고 한국교회의 개혁과 통합에 기여하고자 은준관 전 총장과 손 총장을 중심으로 가칭 실천신대 설립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2002년 교욱부로부터 학교법인 허가를 받았고 2005년 개교했다. 학위 과정은 세 가지다. 2년 과정의 실천신학 석사(ThM) 과정, 3년 과정의 실천신학 박사(PhD) 과정, 4년 과정의 실천신학 통합(ThD) 과정이 있다. 실천신학 석사는 교회 공동체 사역과 전문목회 훈련에 초점을 맞춘다. 실천신학 박사와 실천신학 통합 과정은 목회와 사회, 예배와 설교, 교회와 교육, 선교와 봉사에 초점을 맞춘다. 학위 과정과 별도로 2년 연구과정이 있는데 전임목회 5년 이상의 경험이 있는 목회자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며 교회 공동체 사역과 전문목회를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성애장학금과 기독교감리회실업인선교회 장학금, 은성장학금, 실천신학 장학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실천신대 1기 졸업생인 김형석(62) 한국통일선교연합 사무총장은 “12년 전 신둔면 산골에서 배운 실천신학의 울림은 제 목회여정에 결코 꺼질 수 없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면서 “이 울림은 신학의 한 주제도, 단순한 교파적 논쟁도, 현실의 어떤 기득권도 아니기에 그 진동은 더욱 강하게 울려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 2기 졸업생인 장진원(45) 서울 도림감리교회 목사도 “‘가르침’의 자리는 ‘배움’의 겸손에서 나온다는 말이 생각난다”면서 “실천신대에서의 배움은 이러한 조심스러운 순례의 여정이었다”고 회고했다.

설립자 은준관 박사 “기독교 세속화는 영적 문맹서 비롯 평신도가 깨어야”

“신앙의 세속화는 영적 문맹(Spiritual Illiteracy)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신앙은 단순히 믿는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 안에서 새로 태어나는 것이며, 동시에 하나님 앞에 응답하는 과정이지요.”

3·1절을 이틀 앞둔 2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자택에서 만난 실천신학대학원대 설립자 은준관(84) 전 총장은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로 영적 문맹을 꼽았다. 보청기를 꽂았기 때문에 왼손으로 귓가를 감싸고 눈을 찌푸렸지만 말할 때는 귓속이 울릴 정도로 쩌렁쩌렁했다.

은 전 총장은 제대로 된 교육을 통해 성숙으로 이끌어야 어린아이가 비로소 진정한 인간이 된다고 강조했다. 국가와 민족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스라엘 민족이 40년간 광야에서 방황했지만 하나님께서 가나안까지 인도하신 것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도 8·15광복을 거치고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지만 머잖아 통일코리아의 꿈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족 복음화의 꿈은 평신도가 깨어날 때 가능하다고 했다. 평신도가 교회 안에 머물지 말고 담장 밖으로 나와 성숙된 크리스천으로 ‘신행일치’의 삶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존재하기 위해 교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 교인들이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의 핵심인 성경의 본질로 돌아가 몸소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12년 전에 경기도 이천 산골짜기에 실천신대를 설립한 이유이기도 하다. 설립 후 8년 동안 작지만 강한 영성의 전당을 만든 은 전 총장은 300여명의 제자를 길렀다. 총장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새로운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3년 전 ㈔어린이청소년교회운동본부를 설립했다. 기독교 교육의 보루인 교회학교를 향한 깊은 애정에서 시작한 운동이다.

은 전 총장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20여 교회와 심도 있게 진행한 교육실험을 통해 얻은 신학적 예지와 무한의 가능성을 붙잡고 그 미래를 그려보는 설계도를 만들었다. 21세기 신앙교육의 희망을 전하는 ‘인간 창조의 마지막 불꽃(교육목회)’이라는 소책자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신앙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통해 형성되는 것입니다. 신앙의 세속화의 영적 문맹을 벗을 때 무한한 잠재력이 회복되고 하나님의 백성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이천·고양=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그래픽=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