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를 자신하는 야당들이 조기 대선을 겨냥한 당리당략과 네 탓 공방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당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수권정당을 표방하지만 국정수습책을 내놓지 못한 채 분노한 촛불 민심에만 기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28일 야당 대표들은 책임 공방만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은 이날 국회에서 당대표·원내대표가 참석한 ‘4+4’ 회동을 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등 특검 관련 후속조치를 논의하려 모였지만 이들은 난데없이 책임론을 놓고 난타전을 벌였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해 선(先) 총리교체, 후(後) 탄핵을 요구했지만 일부에서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이를 거부했다. 이분들은 면피가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국회 추천 총리 임명을 제안했지만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이 거부한 책임을 따진 것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총리를 두고 정치권이 잿밥놀음을 했다면 탄핵 국면까지 끌고 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선주자들도 장외에서 논쟁에 가세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선 총리, 후 탄핵 문제는 서로의 책임이 아닌 민주당의 책임”이라며 “진실을 숨길 수는 없다”고 쏘아붙였다. 반면 문 전 대표는 “박 대통령 제안은 탄핵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였다. 이를 받았다면 탄핵이 이뤄지지 않았거나 훨씬 시간이 늦춰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이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왔고, 3·1절 탄핵 찬반집회의 충돌이 예고된 상황에서 야당 수뇌부들이 모여 4개월 전 일로 논쟁을 벌인 것이다.
논쟁 자체도 각 당의 아전인수식 해석이었다. 당시 야권은 박 대통령의 2선 후퇴 등을 요구하며 박 대통령 제안을 공동으로 거절했다. 박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붙이기 위해 공동전선을 편 것이다. 그러나 야권 대표주자들이 공언했던 야권 공조도 추 대표의 단독영수회담 추진,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일 변경 등으로 계속 삐걱거렸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도 야권은 국민적 분노만 대변할 뿐 국정 수습책 제시보다는 정권 교체만 외치고 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촛불이 청와대를 향하고 있지만 결국 여야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담겨 있다는 것을 정치권이 외면하고 있다”며 “서로 책임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촛불 민심과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도 “박 대통령 하야 요구부터 탄핵 국면에 이르기까지 야권은 빈곤한 정치력, 지나치게 정략적인 태도, 조급증을 모두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은 물론 야권 내부에서조차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회의 협조가 필요한데, 지금 국회 모습으로는 차기 정부의 협치 전망도 어둡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4당은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하는 내용의 특검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심사기간 지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 의장은 “테러방지법과 같은 전례를 또 만들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여야는 3월 임시국회 소집엔 합의했지만 본회의가 3월 28·30일로 잡혀 황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도 어려워졌다. 다음달 초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결과가 예상되는 만큼 ‘실익’도 없다. 정 의장은 3·1절 대국민 담화에서 “시민들이 광장을 메우는 것은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다.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강준구 정건희 기자 eyes@kmib.co.kr
野4당, ‘닥치고 대선’에 국정 수습은커녕 혼란만…
입력 2017-03-01 05:04 수정 2017-03-02 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