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어머니의 자녀살해극… 어린이 출연 문제 없을까

입력 2017-03-02 00:04

Q : 국립극단의 ‘메디아’(사진)는 20세 이상 관람 가능한 연극이다. 그리스 비극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는 남편의 배신에 분노한 메디아가 복수를 위해 자식을 죽이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작품에서 어린이의 출연은 문제가 없는 것일까.

A : 메디아는 그동안 수 차례 공연되면서 인형으로 아이를 대신해 온 경우가 많았다. 아이의 대사가 별로 없기도 하지만 아역배우는 성인배우와 달리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 국립극단의 메디아는 신화가 아닌 동시대 이야기로 풀어낸 연출가(로버트 알폴디)의 의도에 따라 인형대신 아역배우 2명이 나온다. 배강유 강민 형제는 이혜영이 연기한 메디아에게 칼로 찔려 피투성이로 무대에 쓰러진다. 이 장면은 관객을 등지고 벌어진다.

어머니의 자식살해라는 끔찍한 장면이 자칫 두 아역배우와 이혜영에게 정신적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국립극단은 연습부터 심리치료사를 두고 상담을 진행했다. 특히 두 아역의 경우 연습실을 따로 분리하는가 하면 다소 성적인 장면을 보지 못하게 모니터 중계를 차단했다. 연습에는 언제나 어머니가 배석했고, 필요한 장면만 짧게 연습하고 귀가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아역배우에 대한 보호조치는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다. 특히 영화 속에서 아이들에 대한 폭력과 선정적인 묘사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1년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발생한 성폭력 실화를 다룬 영화 ‘도가니’가 전환점이 됐다. 당시 영화가 어린이 성폭력 장면 등을 지나칠 정도로 구체적으로 묘사해 아역배우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영화 제작사 측에서 부모를 입회시키는 등 신경을 썼지만 아역배우들의 심리치료 조치를 하지 않아 후유증을 앓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아역배우 촬영 매뉴얼을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후 아동 성폭행을 소재로 한 영화 ‘소원’(2013),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들을 다룬 영화 ‘귀향’(2016)은 촬영 전부터 아역배우 및 그 부모들이 심리센터에서 조언을 듣고, 촬영 도중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을 진행했다.

오는 11월 개막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라이선스로 제작하는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영국 제작사로부터 아역배우와 관련해 매우 자세한 보호방침을 받았다. 예를 들어 아역배우들이 극 중 어른들의 욕설 장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산업 역사가 긴 영국 등에서는 아역배우의 복지 문제가 일찌감치 논의됐던 것에 비해 국내에서는 이제 조금씩 자리잡아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