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세월호 참사 다음달에도 ‘보톡스’ 시술

입력 2017-02-28 17:40 수정 2017-03-01 00:13
박근혜 대통령의 필러·보톡스 등 미용시술은 2013년 3월부터 시작된 것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결과 드러났다. 2014년 5월에도 박 대통령은 비선의료진을 청와대로 불러들여 보톡스 시술을 받았다. 잠수사들의 목숨을 건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이 이어지고, 추모집회 촛불이 전국의 광장을 밝히던 때였다. 다만 특검팀은 의혹이 일었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의 행적과 비선진료 연관성은 찾지 못한 채 ‘의료농단’ 수사를 마무리했다.

특검팀은 28일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을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최순실씨와의 친분으로 보안손님 대우를 받은 김씨는 청와대를 드나들며 박 대통령을 진료·시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는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박 대통령에게 보톡스 시술을 한 것으로 수사결과 드러났다. 확인된 횟수는 5차례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조사를 통해 김씨가 박 대통령을 직접 진료한 부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시술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특검팀은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김씨가 박 대통령에게 보톡스를 시술하기 시작한 2014년 5월은 세월호 참사 충격에서 온 국민이 헤어 나오지 못하던 때다. 그달 6일에는 세월호 수색작업 중이던 민간인 잠수사 이광욱씨가 숨졌다. 실종자 수색작업이 장기화되면서 잠수병 증세를 호소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잠수사들이 속출하던 시기였다. 13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박 대통령 얼굴에 푸른 멍자국이 발견돼 미용시술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박 대통령은 19일 해경 해체 등의 내용을 담은 대국민 담화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었다.

특검팀은 김씨에게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도 추가했다. 프로포폴 등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의약품 반출대장을 허위·부실 기재했다는 혐의다. 김씨는 부인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와 공모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1800만원 상당의 뇌물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 의원과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의 중동 등 해외진출 지원이 대가였다.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줄곧 혐의를 부인하던 김씨는 특검팀의 수사가 시작되자 시인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김씨에게 위증 혐의를 적용했다. 안 전 수석 역시 뇌물수수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의 미용시술이 김씨의 비선진료가 시작되기 전인 2013년 3월부터 8월에도 있었던 사실도 밝혀냈다. 대통령 자문의였던 정기양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이 기간 동안 총 3회 필러 등을 시술했다. 특검팀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관련 사실을 위증한 혐의로 정 교수를 불구속 기소했다.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는 차움의원 재직 시절인 2012년 3월부터 2년간 박 대통령을 진료·처치하면서 진료기록부에 최순실 등 명의로 허위기재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편 특검팀은 이화여대 학사농단에 연루된 최경희 전 총장을 구속 기소했다. 정씨 학사특혜에 관여한 하정희 순천향대 교수, 이원준·이경옥 이대 교수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이대 비리 수사로 사법 처리된 인원은 총 9명이 됐다.

국정농단 사태 주역들 사이에서 각종 심부름꾼 노릇을 한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도 재판을 받게 됐다. 이 행정관은 박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주요 인사들에게 차명 휴대전화를 개통해 전달하고, 각종 청와대 문건을 최씨에게 전달하는 역할 등을 도맡았다.











정현수 나성원 기자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