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전략실 해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28일 “과거와의 단절”이란 말로 요약했다. 잘못된 과거 관행을 끊고 삼성 전체가 투명한 조직으로 거듭나는 출발점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의 컨트롤타워가 해체된 것은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두 번째다. 회장 비서실,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의 명맥을 이은 미래전략실은 그룹 계열사를 관리하고 전략적인 경영 판단을 해 온 삼성의 사령탑 역할을 했다. 하지만 법적 실체가 없고, 의사결정이 비공개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에 미래전략실이 깊숙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해체가 앞당겨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청문회에서 약속한 만큼 미래전략실의 해체는 이미 예정돼 있었다. 다만 미래전략실 팀장 직에 있던 부사장 이상 임원 7명 모두가 퇴사하는 것은 예상보다 큰 규모다.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옷을 벗는 임원은 전략팀장 김종중 사장, 인사팀장 정현호 사장, 기획팀장 이수형 부사장, 경영진단팀장 박학규 부사장, 금융일류화팀장 임영빈 부사장 등이다. 미래전략실에 소속돼 있던 200여명의 직원들은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을 거쳐 각 계열사로 복귀했다가 추후 재배치될 전망이다.
삼성은 미래전략실을 대체하는 조직은 따로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했다. 각 계열사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중심으로 자율 경영에 맡긴다는 계획이다. 매주 수요일 열리던 사장단 회의도 폐지된다. 대관 업무를 하던 조직도 해체한다고 강조했다. 법무팀은 삼성전자 소속으로 옮겨진다. 삼성 관계자는 “로비 등 부정적으로 여겨지던 대관 업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정경유착이라고 오해를 살 만한 빌미를 모두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말했다.
기금운용도 투명해진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했던 삼성은 앞으로 일정 금액 이상의 외부 출연금이나 기부금은 이사회나 이사회 산하 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박상진 사장은 승마협회장에서 물러나고 승마협회에 파견했던 임직원들은 소속 계열사로 복귀한다.
미래전략실 해체는 과거와의 단절을 바라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은 불필요한 의전이나 비대한 비서진 등을 순차적으로 없애 나갈 계획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속 상태에 놓인 이 부회장이 더 이상 개혁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관계자는 “청문회에서 이 부회장이 직접 해체를 약속했고, 이후에도 특검 수사 종료에 맞춰 해체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이어진 조치”라면서 “약속을 지킨다는 차원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은 전자·생명·물산 등 주력 계열사들이 함께 논의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부회장 부재와 미래전략실 해체로 삼성 계열사들을 통합·관리할 창구가 없어진 만큼 경영활동이 다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와 같은 대형 인수·합병(M&A)이나 부실 계열사 관리·매각 등 의사결정을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에 대한 걱정도 대내외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심희정 허경구 기자 simcity@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사장단회의·대관업무 조직도 없애… 쇄신 ‘초강수’
입력 2017-02-28 18:14 수정 2017-02-28 2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