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종교 초월한 인류애 외친 ‘구급차의 아버지’

입력 2017-02-28 19:10
파키스탄인들이 지난해 7월 11일(현지시간) 동북부 라호르에서 에디재단 설립자 압둘 사타르 에디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AP뉴시스
에디재단 설립자 압둘 사타르 에디가 2010년 8월 2일(현지시간) 북부 페샤와르 길거리에서 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종교 갈등이 첨예한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종파를 초월해 두루 존경받는 인물이 있다. 평소 “나의 종교는 인도주의(人道主義)”라며 종교보다 인류애를 강조한 파키스탄 자선가 압둘 사타르 에디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구글이 28일 지난해 별세한 에디의 탄생 89주년을 맞아 전 세계 14개국 홈페이지 로고를 24시간 동안 에디의 삽화로 바꿔 추모했다고 보도했다.

에디는 파키스탄 ‘민간 구급차의 아버지’로 불린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던 구급차 체계를 민간의 힘으로 전국에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 구급차 체계는 1997년 민간 규모로는 세계 최대로 꼽혀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파키스탄 전역에서는 지금까지도 에디가 마련한 구급차 1800여대와 구조선 28대, 헬리콥터 1대 등이 무료로 운영되면서 생명을 구하고 있다.

에디는 남을 돕기 위해 구걸도 마다하지 않았다. 1951년 사비를 털어 자선단체 에디재단을 설립하고 이슬람교가 지배적인 파키스탄에서 힌두교, 기독교인을 가리지 않고 도왔다. 아시아 독감과 인도-파키스탄 전쟁을 겪으면서 구급 시설 부족으로 숨지는 사람을 목격하고 구급차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구급차를 사기 위해 길거리에서 구걸해가며 모금 활동을 했다.

노벨상도 에디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다. 후보로 수차례 거론됐지만 결국 수상하지 못했다. 지난해 죽음을 앞두고 현지 익스프레스트리뷴과 인터뷰에서 “노벨상은 내게 어떤 의미도 없다”면서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의 임무는 인류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키스탄 국영은행은 조만간 에디를 추모하는 동전을 발행할 계획이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