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처음부터 제1타깃은 ‘삼성’이었다

입력 2017-03-01 00:00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수사 준비 단계부터 1차 타깃을 삼성그룹으로 삼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간 삼각 뇌물관계 규명이 전체 수사의 승부처라고 봤다.

특검은 정식 수사 첫날인 지난해 12월 21일 첫 수사로 국민연금관리공단과 보건복지부를 압수수색하며 삼성을 곧바로 겨냥했다. 청와대가 복지부를 움직여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지원토록 했다는 의혹에 초점이 맞춰졌다. 청와대 외압이 내려가는 통로 역할을 한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이 특검 1호 구속자가 됐다.

특검은 최지성 부회장, 장충기 사장 등 삼성 미래전략실 수뇌부를 불러 정지작업을 한 뒤 1월 12일 이 부회장을 피의자로 조사했다. 나흘 뒤에는 433억원의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혐의가 100% 입증됐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법원은 뇌물 혐의 소명 부족 등을 이유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물리쳤다.

특검 내부에서 ‘삼성의 벽이 역시 높다’며 낙담하는 기류도 흘렀다. 수사팀은 ‘어렵더라도 하는 데까지는 해보자’는 심정으로 보강수사에 들어갔다. 수천개의 디지털 증거를 원점부터 다시 분석하고, 최씨 딸 정유라씨가 독일에서 탔던 마필(馬匹)의 거래 과정을 추적했다.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압수수색에서는 금융 당국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관련 모니터링을 해 온 정황이 담긴 문서들이 나왔다. 특검은 수사 대상을 경영권 승계 전 과정으로 넓혀 유착 관계의 퍼즐을 맞춰갔고, 이 전략은 주효했다. 이 부회장은 결국 지난 17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당시 특검은 수사의 가장 험난한 고비에 놓여 있었다. 청와대의 압수수색 불허가 부당하다며 낸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고,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 가능성 역시 희미해지던 상태였다. 이 부회장의 두 번째 구속영장마저 기각되면 사실상 빈손으로 철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특검 관계자는 “영장을 내준 법원이 정말 고마웠다”고 기억했다.

이 부회장 구속 이후 특검이 청구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영선 행정관 등의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결국 이 부회장은 이번 특검의 마지막 구속자로 기록됐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