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박근혜정부의 핵심 교육 정책인 자유학기제를 자유학년제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중학교 한 학기에 시행하던 자유학기제를 두 학기로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사교육 시장이나 학력 격차 확대 등 부정적 부분에 대한 정교한 연구나 보완책에는 눈을 감고 성과를 홍보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국을 돌며 학부모들과 만나 자유학기제 등 정부 교육정책을 알리는 토크 콘서트를 시작했다.
교육부는 “3월 중으로 자유학년제 도입이 가능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 지침 등을 고치는 작업을 시작한다”고 28일 밝혔다. 내년부터 희망하는 중학교에서 2개 학기 이상 자유학기제 시행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갖추기로 했다.
자유학기제는 2013년 연구학교를 시작으로 지난해 전국 모든 중학교로 확대됐다. 중학교 한 학기를 중간·기말 등 지필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학생 주도로 진로탐색 등을 한다. 하지만 시험 부담이 없다는 점 때문에 학력 저하 우려가 제기됐다. 사교육 시장에선 자유학기제 맞춤형 선행학습 상품이 등장했으며, 일부 업체는 “자유학기제는 경쟁자를 따돌릴 절호의 기회”라며 학생·학부모를 꼬드겼다.
특히 학부모 관리를 받으며 사교육에 열을 올리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에 학력 격차가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하지만 교육부는 자유학기제 전면 도입을 준비하던 2015년이나 모든 중학교에 도입된 지난해에도 전혀 이런 부분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교육부는 2015년 48건의 정책연구용역을 발주해 14억1000여만원, 지난해에는 48건 13억4000여만원을 썼다. 하지만 자유학기제가 사교육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유학기제의) 사교육 영향이나 학력 격차 확대 등은 정부 차원에서 연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자유학기제 경험 학생이 국어·수학·영어 학업성취도가 더 높았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한국교육종단연구’(2016년)에 따르면 자유학기제를 경험하지 않은 학생의 국어 평균 점수는 213.2점, 경험 학생은 214.4점이었다. 영어는 미경험자 222.4점, 경험자 223.2점, 수학은 미경험자 213.4점, 경험자 214.8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학업 성취도가 오른 이유가 사교육 영향인지 자유학기제로 학습 의욕이 높아진 때문인지 교육부는 “(연구된 게 없어)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성과 홍보에는 이 부총리가 전면에 나섰다. 이 부총리는 28일 세종시를 시작으로 20회 전국을 순회하며 학부모 토크 콘서트를 진행한다. 전반기 9회 예산으로 5억원이 책정됐다. 세종교육청에서 열린 1회 콘서트에선 자유학기제를 앞둔 중학교 1학년 학부모 위주로 초청됐고, 자유학기제 모범 사례와 2015 개정 교육과정 방향 등이 소개됐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교육부 ‘자유학기제’ 부작용 검토 한 번 없이 ‘자유학년제’ 확대 추진
입력 2017-03-0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