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삼성 ‘부당거래’ 433억원대 뇌물죄 결론

입력 2017-03-01 00:00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그룹 간 ‘부당거래’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수뇌부들이 조직적으로 벌인 뇌물 범죄로 최종결론 냈다. 최종 책임자인 이 부회장과 함께 박상진 사장 등 삼성 임원진 4명을 공범으로 모두 재판에 넘겼다. 사안의 다른 한 축인 박 대통령은 수뢰 혐의로 추가 입건돼 검찰 조사를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특검팀은 28일 이 부회장을 구속 기소하면서 2차 구속영장 청구 때 적용했던 혐의를 최종 확정했다. 433억원 뇌물공여 혐의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재산국외도피·범죄수익은닉, 위증까지 총 5가지 죄명이 공소장에 적시됐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영장에 기재된 피의사실을 보강하는 수사를 해 왔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과 박 대통령 사이에 오간 대화를 뇌물 혐의의 핵심 정황증거로 제시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총 3차례 박 대통령을 독대했다. 이 중 2번째 독대를 위해 준비된 박 대통령 말씀자료에는 “삼성그룹의 승계 문제가 현 정부 임기 내에서 해결되길 희망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특검팀은 이를 삼성이 독대를 앞두고 청와대 측에 승계 지원을 청탁하고, 박 대통령이 그에 화답한 뇌물거래 정황으로 본다.

이 부회장이 승계 과정에서 부딪힌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데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도 공소장에 구체적으로 기술됐다. 201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공단에 합병 찬성 결정을 압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검팀은 이날 청와대 지시를 받아 찬성 결정을 주도한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공단이 입게 될 손해를 알면서도 합병 찬성을 밀어붙인 혐의다. 합병 이후 삼성SDI가 처분해야 할 삼성물산 주식을 1000만주에서 절반으로 줄여주도록 공정거래위원회에 외압을 행사한 점도 증거에 포함됐다.

특검팀은 뇌물 거래 실무에 가장 깊숙이 개입한 임원으로 박 사장을 지목했다. 박 사장은 대한승마협회 회장을 맡으며 최씨 딸 정유라씨 지원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2차 독대 이후 직접 독일로 건너가 최씨 측과 함께 지원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30억원대 스웨덴 명마 블라디미르를 기존 삼성 소유 마필과 우회적으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정씨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도 있다. 이는 특검팀이 이 부회장 등에게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추가 적용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독일 코어스포츠(현 비덱)에 실제 지원한 78억원에는 국외재산도피 죄명도 덧씌워졌다.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 황성수 전무 등 나머지 임원도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특검팀은 이들의 범행 가담 정도는 낮다고 본다. 특검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서울 강남에서 총괄지휘하고, 마필 등 뇌물공여 실무총책은 박 사장이 했다”며 “두 명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이유”라고 말했다.

뇌물의 목적지였던 박 대통령은 수뢰 혐의로 추가 입건됐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을 기소중지하지 않고 검찰로 사건을 이첩하기로 했다. 이 특검보는 “탄핵심판 결론에 따라 바로 수사가 필요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