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82)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아시아 순방에 나섰다. 1500명에 달하는 수행원을 이끌고 한 달 동안 6개국을 누비는 초대형 장기 출장이다. 사우디가 기존의 미국 일변도 외교와 석유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 다변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첫 방문지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살만 국왕은 현지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70억 달러(7조914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첫날부터 선물 보따리를 푼 것이다. 말레이시아에 이어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일본, 중국, 몰디브를 둘러볼 예정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살만 국왕은 왕자들과 고위 성직자, 장관, 군 장성 등 1500명을 거느리고 해외 행차에 나섰다. 에스컬레이터 2대와 벤츠 S600 2대, 엄청난 양의 할랄푸드(이슬람교도가 먹을 수 있는 식품) 등 전용기에 실은 화물만 459t에 달한다.
최대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가 예전만 못한 시점에 아시아 순방이 이뤄져 그 배경과 목적에 관심이 쏠린다. 전임 버락 오바마 정권이 사우디의 라이벌인 이란에 손을 내밀면서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냉랭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對)이란 강경 노선을 천명해 사우디가 환영하고 있지만 트럼프의 중동 정책은 아직 전모가 드러나지 않아 속단할 수 없다.
사우디 외교관 출신 정치분석가 압둘라 알샤마리는 “사우디는 트럼프 정부와 분위기가 나쁘지 않지만 이번 순방을 통해 미국에 ‘당신들이 친구인 건 맞는데, 우리에겐 대체재도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려 한다”고 분석했다. 대체재는 아시아를 가리킨다. 살만 국왕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종교적 연대를 강화하고 이슬람 성지순례 등 관광 분야 협력도 확대할 방침이다.
일본과 중국은 과도한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경제를 다변화하려는 사우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파트너다. 살만 국왕은 이번 순방에서 두 나라가 물류·건설·금융서비스 분야에 투자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한달 동안 아시아 6개국 순방… 사우디 국왕 초대형 장기출장
입력 2017-02-28 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