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추 적법성? 8인 위헌? 재심?… 2004년 답 나왔다

입력 2017-02-28 18:19 수정 2017-02-28 20:59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 최종변론에 참석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위원장, 대통령 측 변호인단의 김평우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왼쪽부터). 이날 김 전 회장을 비롯한 대통령 변호인단은 탄핵심판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사유에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보는 박 대통령 변호인단은 지난 27일 최종변론기일에서 탄핵심판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서도 많은 문제 제기를 했다. 요컨대 국회의 탄핵소추의결부터 적법하지 못했고, 헌법재판관 1명이 빠진 위헌적인 상황에서 결정·선고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박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심판 청구를 각하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법조계는 박 대통령 측이 국회와 헌법재판소를 겨냥해 쏟아낸 절차적 문제 제기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는다. 이번에 제기된 절차적 문제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이미 ‘각하사유가 안 된다’고 판단이 이뤄진 것이었다. ‘8인 헌재’ 체제가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결론의 결정례도 나와 있다.

문제없는 섞어찌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지난해 12월 27일 준비절차기일에서 ‘본안 전 항변’을 철회했다. 애초 박 대통령 측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사실·증거조사 없이 탄핵소추가 의결됐다며 심판청구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폈다. 하지만 이는 앞서 탄핵심판을 받은 노 전 대통령 측이 “국회법상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이미 제기한 문제였고, 헌재는 “국회법은 임의조항이라 각하사유가 안 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부도 탄핵소추 과정에 법률상 요건이 지켜졌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박 대통령 측도 더는 문제를 삼지 않았다. 당시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절차적인 건 치워버리고, 이른바 본안에 대해 ‘진검승부’를 해 보자”고 양측을 독려했다. 탄핵심판의 핵심이 사실 인정 여부에 있다는 걸 박 대통령 측도 동의하는 바였다.

다만 탄핵심판 막바지에 박 대통령 측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부적법성을 다시 문제시했다. 김평우 변호사의 ‘섞어찌개 탄핵’ 비난에는 “개개의 탄핵소추사유에 대해서도 과연 같은 수의 찬성표를 얻을 수 있었겠느냐”는 주장이 깔려 있다. 구상진 변호사의 경우 탄핵소추의결서가 “실질적으로 백지”라며 6하원칙상의 특정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일 검사가 이런 공소장을 썼다면 그 검사는 파면된다”고도 했다.

이미 철회한 ‘본안 전 항변’을 다시 내세우는 것에 대해 비판여론이 컸지만, 법조계는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변론이 종결되지 않은 한 자유로운 변론이 허용된다는 얘기다. 다만 한 차례 스스로 거둬들인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게 가늠된다. ‘섞어찌개 탄핵’ 문제 제기의 경우, 2004년 이미 여러 가지로 구성된 탄핵소추사유가 헌재의 판단을 받은 선례가 있다. 당시 헌재는 공직선거법 위반, 측근비리, 경제파탄 등 3가지 사유가 한꺼번에 의결된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해 모두 판단했다.

8인은 위헌? 재심?

박 대통령 측이 공정성을 거론하며 언급한 ‘8인 체제’의 위헌성에 대해 법조계는 “이미 결정례가 있다”는 반응이다. 한동안 조대현 전 재판관의 후임 자리가 비어 있던 헌재에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는 내용의 위헌확인 헌법소원이 제기됐었다. 이때 헌재는 재판관 5(각하)대 4(반대)의 의견으로 2014년 4월 해당 심판청구를 각하했다. “꼭 재판관 9명이 아니더라도 공정한 헌법재판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헌재가 이미 판단을 내린 셈이다.

박 대통령 측은 당시 반대의견을 낸 재판관 가운데 현재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재판관이 있다며 재심까지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는 이미 합헌 결정이 제시됐음을 더욱 중요하게 바라보는 편이다. 재심 역시 결국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큰데, 통합진보당 해산결정 당시에는 “법적 안정성을 해칠 위험이 있다”며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정선고 이전에 재심이나 불복이 운운되는 자체가 우스꽝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헌재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는 “8인 체제가 위헌이라는 것은 정치적인 공격이며 비법률적인 문제 제기”라고 말했다.

헌재는 박 대통령 측의 ‘8인 위헌’ 등 주장에 대해 별다른 언급 없이 최종변론기일을 마쳤다. 28일에는 평의(評議)를 열어 최종 결정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극도의 보안이 유지되는 재판관들의 논의내용 중에는 박 대통령 측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 제기도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관들의 평결은 선고 직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