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범여권의 대선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를 만났다. 한국당에는 공개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만 4명이다. 그런데도 인 위원장은 경남도당 당원연수 참석차 창원을 찾은 길에 홍 지사에게 함께 식사하자고 러브콜을 보냈다.
홍 지사는 식당에 먼저 도착한 인 위원장을 보고 허리를 굽혀 깍듯하게 인사했다. 인 위원장은 “오늘 점심값은 홍 지사가 내는 거냐”고 운을 띄웠다. 지난 16일 홍 지사의 항소심 무죄 선고 당일 두 사람이 전화로 나눈 대화의 연장선상이다. 당시 홍 지사가 당원권 얘기를 꺼내자 인 위원장은 “맨입으론 안 된다. 점심은 사야 된다”고 했었다. 오찬에 참석한 경남 지역의 한 의원은 “당원권 문제는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당원 연수에선 아예 “홍 지사까지 모두 6명이 제 머릿속에 (대선 후보로) 들어와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당 입장은 정상적으로 올해 12월 17일 대선을 치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인 위원장이 언급한 6명에는 아직 출마 선언을 안 한 김관용 경북지사가 포함돼 있다.
한국당은 부정부패 범죄 혐의 등으로 기소되면 바로 당원권이 정지되도록 당규에 못 박았다. 홍 지사는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2015년 5월 기소됐다.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소심에선 무죄 판결을 받아 보수 진영의 대선구도를 흔들 변수로 떠올랐다.
홍 지사는 이날 특유의 독설을 쏟아냈다. 그는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민주당 1등 후보는 뇌물 먹고 자살한 대장의 비서실장으로 그런 내용도 몰랐다면 깜이 안 된다”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어 “그 당의 2등 후보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며 안희정 충남지사도 겨냥했다. 홍 지사는 ‘출마선언도 안 했는데 지지율이 3%가 넘었다’는 질문에 “그것도 지지율이냐”며 “ARS로 하는 지금의 여론조사는 광적인 지지 계층만 응답하는 여론조사”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홍 지사의 대선 출마 자체엔 걸림돌이 없다. 대법원에서 유·무죄가 가려지기 전까지는 피선거권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만일 홍 지사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이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문제가 커진다. 홍 지사와 연관된 정치자금법 위반은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으면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기 전까지 출마는 가능하다”며 “단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돼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권지혜 이종선 기자 jhk@kmib.co.kr
대선주자 4명 있는데… 한국당, 홍준표에 ‘러브콜’
입력 2017-03-0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