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못간 전북이냐, ‘황새 축구’ 서울이냐

입력 2017-03-01 00:00 수정 2017-03-01 00:26

2017년 K리그 클래식이 4일 개막해 8개월 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전북 현대와 FC 서울은 이번 시즌에도 2강으로 꼽힌다. 제주 유나이티드, 수원 삼성 그리고 울산 현대는 전북과 서울의 2강 체제를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겨울 이적시장에서 승격 팀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강원 FC는 다크호스로 평가된다.

전북은 2000년대 들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2회(2006·2016), K리그 4회(2009·2011·2014·2015), FA컵 3회(2000·2003·2005) 등 10개의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이 중 7개를 최강희 감독 체제에서 획득했다. 전통 명문구단 전북은 이번 시즌에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지만 기류는 심상찮다.

지난 시즌 전북은 심판 매수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다. 승점 9점을 삭감당하는 징계를 받아 서울에 리그 우승컵을 내줬다. 또 이번 시즌 ACL 출전권을 박탈당했다. 이철근 단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며 팀 분위기는 어수선해졌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대규모 선수 이탈이다. 2012년부터 5시즌에 걸쳐 에이스 역할을 했던 레오나르도가 아랍에미리트(UAE) 알 자지라로 이적한 가운데 이종호, 한교원, 김형일, 김창수, 권순태 등 전 포지션에 걸쳐 A급 선수들이 이탈했다. 측면 공격 자원 로페즈는 부상으로 전반기를 뛰지 못한다. 하지만 전북이 ACL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리그에만 집중할 수 있어 다른 팀 감독들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서울은 ‘황선홍 축구’로 전북의 독주 견제에 나선다. 황 감독은 지난 시즌 리그 우승을 달성했지만 스스로 “완벽한 우승은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짧은 패스를 앞세운 템포 축구를 지향하는 황 감독은 이번 시즌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해 클래식 17골과 챔피언스리그 13골 등 두 대회에서 30골을 터뜨린 아드리아노가 중국 슈퍼리그로 떠나 ‘아데박(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 트리오’가 해체되자 측면을 강화한 스쿼드로 재편한 것이다. 다만 서울은 2017 ACL 1,2차전에서 상하이 상강(중국), 우라와 레즈(일본)에 0대 1, 2대 5로 2연패, K리그 개막을 앞두고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이 문제다. 특히 28일 열린 우라와 레즈와의 원정경기에선 전반전에만 무려 5골을 내주며 전년도 리그 우승팀으로서의 체면을 구겼다.

제주는 조용형, 박진포, 김원일, 이찬동, 진성욱, 알렉스, 마그노, 멘디 등 실력파들을 대거 영입해 전력을 크게 강화했다. 전북 대신 ACL에 나선 제주는 공격력을 유지한 채 실점을 30% 줄이는 전략을 수립했다. 제주 사령탑 취임 3년째를 맞은 조성환 감독은 “이번 시즌엔 우승 트로피 하나는 들어올리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지난 시즌 4위를 차지한 울산은 명가 재건을 위해 김도훈 감독을 선임하며 팀 체질 개선에 나섰다. 울산은 ACL 1차전에서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에 0대 2로 졌지만, 28일 브리즈번 로어(호주)와의 2차전 홈경기에서 6대 0으로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핵심멤버인 권창훈을 프랑스 리그앙 디종으로 보낸 수원은 염기훈, 이정수, 조원희 등 베테랑들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수원은 지난 시즌 후반 30분 이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엔 선수들의 체력과 경기력 관리에 만전을 보여야 선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강원은 이번 시즌 12개 팀 중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팀이다. 지난겨울 강원은 이근호, 정조국, 오범석, 황진성, 문창진 등 실력을 검증받은 스타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강원은 호화 스쿼드로 최윤겸 감독의 리더십을 앞세워 내년 ACL에 진출할 수 있는 성적을 거두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4년 12월 강원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은 지난 시즌 2부 리그에서 19승, 승점 65점, 6연승 등 팀 최다 기록을 세우며 승격을 이뤄냈다. 최 감독은 “시즌 초반을 잘 넘겨 승격 팀이 답습하는 시행착오에서 벗어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원은 조태룡 대표이사를 영입한 후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대를 축구장으로 개조하는 등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