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활주일은 세월호 3주기 되는 날… 사순절, 더욱 간절해지는 기도

입력 2017-03-01 00:00

사순절이 1일부터 시작됐다. 사순절은 부활절 전까지 여섯 번의 주일을 제외한 40일을 말한다. 올해는 다음 달 15일까지다. 크리스천들은 이 절기에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며 금식과 기도 등을 통해 신앙을 돌아본다.

특별히 올해의 사순절은 ‘종교개혁 500주년’ ‘탄핵정국’ 등과 맞물렸다. 부활주일은 세월호 참사 3주년이 되는 날이다. 불안과 불신, 증오로 점철된 이 시기에 한국교회에는 예수그리스도를 따라 고난에 처한 이들을 보듬는 움직임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 CK)는 오는 6일 경기도 안산 세월호정부합동분향소에서 목회자 금식기도회를 연다. 사순절 셋째 주에는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노동 현장을 방문한다. 넷째 주에는 ‘탈 원전을 위한 생명과 평화의 도보 순례’, 다섯째 주에는 ‘소녀상 지킴이 응원 방문’을 한다. 고난주간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희망의 순례’를 하고, 부활절에는 안산 분향소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과 예배를 드린다.

기독교대한감리회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모임’은 다음 달 10일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 예배를 드린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사순절 기간 탈핵을 위한 금식기도회를 진행한다.

교단과 교계단체들은 성도들이 말씀을 가까이 하고 죄를 자복하며 예수그리스도의 사역과 고난에 동참하도록 권면할 계획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이성희 목사)은 위기 참회 말씀 회복 용서 고난 등의 소주제를 정해 성도들이 기도할 수 있도록 묵상집을 만들어 배포했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채영남 대표회장은 “민주주의의 후퇴와 양극화, 계층·세대 간 갈등이 심화되는 동안 교회는 이를 막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사순절이 이를 회개할 수 있도록 허락하신 기회임을 깨닫고 교회가 시대의 선지자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평화기독교대선행동은 기독인의 사회적 역할 등을 담은 공동 설교를 매주 발표할 계획이다. 첫 번째 설교자로 나선 이정배 전 감리교신학대 교수는 “예수는 3년 공생애 기간 동안 성전 안팎의 구분을 폐하고, 안식일과 일상의 구별과 유대인과 이방인의 간격을 없앴다”며 “당시 많은 비난을 받았고, 이는 곧 십자가 고난으로 이어졌다. 이는 세상이 불편해 하는, 그러나 꼭 필요한 지적을 할 때 하나님 나라가 실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순절 기간 크리스천들은 신앙이 민족을 위로하고 불의한 일에 대적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