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촛불과 태극기로 상징되는 진보와 보수 두 세력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상생과 화합은커녕 두 세력은 단순한 불만을 넘어 깊은 원한을 품고 상대를 단죄하려 한다. 두 세력은 총칼만 들지 않았을 뿐 사실상 이념 전쟁 상태다. 상대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없어져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다. 3·1절 기념일마저 두 동강났다. 이날은 꼭 98년 전 우리 민족이 일제 식민에서 항거하고 자주독립국임을 선언한 자랑스럽고도 기쁜 날이 아닌가. 광장의 두 세력은 마주 달리는 열차처럼 물리적 충돌마저 벌일 태세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정파적 계산에 따라 되레 갈등을 증폭시킨다.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하기 그지없다.
1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는 촛불세력과 태극기세력이 동시에 대규모 집회를 열고 행진을 벌인다. 경찰은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해 차벽을 치고 행진방향을 분리한다지만 안심할 수 없다. 헌재 탄핵 선고가 임박하면서 양측 갈등은 이미 우려할 수준을 넘어섰다. 극단적 시위꾼에 의한 것이지만 횃불과 낫, 휘발유가 등장하고 심지어 살해와 테러 협박이 난무하고 있다. 사소한 충돌이 자칫 엄청난 불상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태다. 이러다 나라가 어디로 갈지 정말 개탄스럽다.
탄핵 찬반 양측은 사실상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다. 집회 인원이 많을수록 자신들의 뜻이 곧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하고, 이를 통해 헌재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어림없다. 시위대의 인원의 많고 적음에 따라 탄핵인용과 탄핵기각이 결정될 리도 없겠지만, 만에 하나 그렇다면 헌재는 존재 이유도 없다. 민주국가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주장을 말할 수 있고, 광장으로 나올 수 있다. 촛불을 켜든 태극기를 들든 이 또한 자유다. 그러나 자신의 자유를 위해 타인의 자유를 해치거나, 공공의 질서 나아가 국가의 안위를 어지럽힌다면 용납될 수 없다. 타인의 의사와 자유를 존중할 때 나의 자유와 의사도 존중받는 법이다.
우리는 기회 있을 때마다 헌재 결정을 승복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법치국가에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워낙 갈등과 불신의 골이 깊어 헌재 선고 이후가 더 걱정된다.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한쪽은 수용하지 않을 태세고, 이런 상황은 차기 대통령이 선택되더라도 지속될 가능성이 짙다. 갈등이 깊고 오래될수록 상처도 깊고 오래간다. 갈등을 조정하고 국론을 모아야 할 정치권은 오히려 이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니 나라의 미래가 암담하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국가를 이끌어갈 참된 지도자라면 광장 좌우로, 차벽 너머로, 촛불과 태극기로 분열된 세력을 이용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하나로 묶어낼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대권 후보들은 여기에 답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사설] 촛불과 태극기를 하나로 묶어낼 리더십 절실하다
입력 2017-02-28 17:26 수정 2017-02-28 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