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별들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박영돈 고려신대원 교수] “힘내라 청춘아, 하나님 안에서”

입력 2017-03-02 00:00
박영돈 고려신학대학원 교수가 지난 26일 서울 관악구 작은목자들교회 책꽂이 앞에서 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돌아온 탕자의 이야기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탕자’에게 큰 울림을 준다. 그래서 청년기를 오락과 잡기로 허송세월했다는 노(老)신학자가 젊은이들을 위해 쓴 ‘별들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복있는사람)는 하나님에게 등 돌린 청년들의 어깨를 다독여 줄 수 있다.

저자 박영돈(63) 고려신학대학원 교수를 지난 26일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작은목자들교회에서 만났다. 박 교수가 매주 설교하는 곳이다.

“헤비메탈 그룹 레드 제플린을 좋아하는 대학생이었습니다. 시대엔 무관심했고 신앙엔 회의적이었습니다. 어머니가 ‘함께 교회에 가자’고 하면 화를 냈습니다. ‘교회는 노인네나 위선자들이 가는 곳이다. 나는 지성인’이라고 떠들었죠. 허영에 차 오락과 잡기를 쫓아다녔습니다.” 정통 보수 신학의 요람인 고려신학대학원 교수의 대학 시절론 잘 믿기지 않았다. 그는 1973년 연세대 재료공학과에 입학했다.

당시 필수 수강과목인 ‘기독교 개론’에서 F학점을 받았다. 그러다 강원도 철원 전방에서 군 생활을 하게 됐다. “철책선에서 근무했습니다. 배도 고프고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어머니가 믿은 하나님에게 기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20대 중반에 하나님을 만났다. “하나님을 믿게 되면서 소망도 없고 꿈도 없는 제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하나님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어요.”

이후 미국 예일 풀러 칼빈 등 4곳에서 신학석사 학위를 받고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에서 조직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죽하면 젊은이들이 이 나라를 ‘헬조선’이라고 하겠습니까. 냉혹한 경쟁사회의 부조리 속에서 젊은이들이 꿈을 펼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취업 결혼 출산도 포기합니다. 희망마저 잃어버리고 있어요. 희망 없는 곳이 지옥입니다.”

한숨을 지었다. 이어 시대의 모순에 대해 청년들에게 사과했다. “기성세대가 인간됨의 가치를 구현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 사회의 총체적 부패와 혼란은 기성세대 책임입니다. 젊은이들에게 중요한 유산을 남겨주지는 못한 채 경제개발을 위해 희생했다는 업적을 내세우고 있지요.” 이 책은 청년들을 위한 설교 4편을 묶은 것이다.

첫 설교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에는 이런 사과가 포함돼 있다. “일찍 하나님을 만나야 합니다. 하나님을 만나면 우리 삶의 우선순위가 바뀝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하나님의 얼굴을 빨리 대면할수록 진정한 우리 얼굴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박 교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두 설교 ‘어느 젊은이의 슬픔’과 ‘우리의 얼굴을 찾을 때’에 담긴 얘기다.

박 교수는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위로하는 데만 머무르지 않는다. “설교를 듣고 성경을 깊이 공부하고 묵상하고 기도하십시오. 비록 현재 삶이 우리의 꿈과 거리가 멀지라도 주님의 약속을 믿고 은혜를 구하면 언젠가는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의 영광을 보는 축복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새봄, 지친 청년들에게 살며시 건넬 만하다. 온기가 있는 책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