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의 수첩·김영한의 비망록·장시호의 입… 고비마다 어시스트

입력 2017-02-28 17:39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90일간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수사를 마친 28일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 주차장 앞에 꽃바구니가 등장했다. 바구니에 달린 리본에는 '고마워요 특검, 우리 다시 만나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뉴시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역대 ‘최다 기소·구속’이라는 성과를 거둔 데는 수사가 막힐 때마다 결정적 키 역할을 해 준 특급 도우미들이 있었다.

특히 안종범(58·구속 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과 최순실(61·구속 기소)씨 조카 장시호(37·구속 기소)씨의 증언,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은 특검이 국정농단 사태를 풀어가는 데 길잡이가 됐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재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한 데는 특검이 추가로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39권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앞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되며 위축됐던 특검은 이를 계기로 수사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었다.

해당 수첩엔 당시 알려지지 않았던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내용도 담겨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금융지주회사’ 등 삼성그룹 뇌물의혹과 관련된 키워드들 역시 시간 흐름에 따라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이 외에도 안 전 수석 수첩엔 박 대통령의 깨알 같은 지시가 모두 담겨 있어 박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된 주요 근거 자료가 됐다. 이를 두고 ‘조선시대 왕실 사초와 같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최씨가 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 개입해 사익을 챙기려 한 정황도 안 전 수석 수첩을 통해서 포착할 수 있었다.

최씨 조카 장씨는 특검 수사에 있어 ‘복덩이’였다. 특검은 장씨를 통해 최씨 소유 태블릿PC를 추가로 확보했고, 최씨가 태블릿PC를 통해 측근들과 주고받은 이메일 100여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최씨의 독일 코레스포츠에 삼성이 지원한 내역 등이 발견됐고, 이는 이 부회장 구속에도 물증으로 활용됐다. 그동안 ‘태블릿PC를 사용할 줄 모른다’는 최씨 주장 역시 힘을 잃게 됐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570여 차례 차명폰 통화 사실도 장씨 입을 통해 밝혀졌다. 장씨는 박 대통령과 최씨 차명폰 번호를 특정해 진술, 특검은 이를 토대로 해당 전화번호 통화내역 등을 추적해 둘 사이 통화내역을 확보했다. 최근엔 최씨가 갖고 있던 ‘민정수석실 인사 파일’도 제공했다.

‘김영한 비망록’이라고 불리는 김 전 수석의 업무일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현직의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구속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14년 6월부터 2015년 1월까지 김 전 실장이 남긴 지시들이 고스란히 적혀 있어 이들 관련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요 근거가 됐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