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역대 ‘최다 기소·구속’이라는 성과를 거둔 데는 수사가 막힐 때마다 결정적 키 역할을 해 준 특급 도우미들이 있었다.
특히 안종범(58·구속 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과 최순실(61·구속 기소)씨 조카 장시호(37·구속 기소)씨의 증언,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은 특검이 국정농단 사태를 풀어가는 데 길잡이가 됐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재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한 데는 특검이 추가로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39권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앞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되며 위축됐던 특검은 이를 계기로 수사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었다.
해당 수첩엔 당시 알려지지 않았던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내용도 담겨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금융지주회사’ 등 삼성그룹 뇌물의혹과 관련된 키워드들 역시 시간 흐름에 따라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이 외에도 안 전 수석 수첩엔 박 대통령의 깨알 같은 지시가 모두 담겨 있어 박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된 주요 근거 자료가 됐다. 이를 두고 ‘조선시대 왕실 사초와 같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최씨가 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 개입해 사익을 챙기려 한 정황도 안 전 수석 수첩을 통해서 포착할 수 있었다.
최씨 조카 장씨는 특검 수사에 있어 ‘복덩이’였다. 특검은 장씨를 통해 최씨 소유 태블릿PC를 추가로 확보했고, 최씨가 태블릿PC를 통해 측근들과 주고받은 이메일 100여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최씨의 독일 코레스포츠에 삼성이 지원한 내역 등이 발견됐고, 이는 이 부회장 구속에도 물증으로 활용됐다. 그동안 ‘태블릿PC를 사용할 줄 모른다’는 최씨 주장 역시 힘을 잃게 됐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570여 차례 차명폰 통화 사실도 장씨 입을 통해 밝혀졌다. 장씨는 박 대통령과 최씨 차명폰 번호를 특정해 진술, 특검은 이를 토대로 해당 전화번호 통화내역 등을 추적해 둘 사이 통화내역을 확보했다. 최근엔 최씨가 갖고 있던 ‘민정수석실 인사 파일’도 제공했다.
‘김영한 비망록’이라고 불리는 김 전 수석의 업무일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현직의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구속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14년 6월부터 2015년 1월까지 김 전 실장이 남긴 지시들이 고스란히 적혀 있어 이들 관련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요 근거가 됐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안종범의 수첩·김영한의 비망록·장시호의 입… 고비마다 어시스트
입력 2017-02-28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