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김정남 피살 사건을 계기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한국과 일본 정부에 27일(현지시간) 통보했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은 워싱턴에서 이날 열린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에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고 알려왔다”며 “김정남 사건에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점에서 미국은 이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 측은 이번 사건이 국제규범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자 반인륜적이고 반인권적 범죄로 국제사회가 강력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다만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회의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는 김정남 사건을 규탄하거나 대응방안을 거론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말레이시아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수사를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공동성명에 담기에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그러나 여러 정황상 북한이 배후라는 전제하에 3국이 논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에는 김홍균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조지프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참석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가 열린 건 처음이다.
이들은 지난 12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향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북한의 추가 도발에 강력히 경고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은 대한항공 테러 사건이 발생한 지 2개월 만인 1988년 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뒤 2008년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 등 북한의 핵검증 합의에 따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다.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되면 국제사회의 압박과 봉쇄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한편 데빈 누네스 미 하원 정보위원장은 이날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은 ‘완전히 고삐 풀린(completely unhinged)’ 정권”이라며 “협상할 수 있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소속인 누네스는 “북한은 약 2000만명의 주민들이 동물처럼 사는 지구상 가장 어이없는 나라 중 하나”라면서 “불안정한 북한의 독재자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美, 김정남 암살 北 테러지원국 재지정 검토
입력 2017-02-28 1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