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을 부실하게 관리·감독하고 거액을 대출해 수조원대의 손실을 낸 혐의 등으로 고발된 홍기택 전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27일 검찰에 출두했다. 지난해 6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휴직계를 내고 해외로 잠적한 지 8개월 만이다. 박근혜정부의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인 그는 검찰 수사를 피해 유럽 미국 등을 돌면서 도피 생활을 하다 2월 중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심판 정국으로 혼란한 틈을 타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홍 전 회장은 2013년 4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산업은행 회장을 맡았다. 그는 제대로 된 회계 조사를 하지도 않고 2015년 10월 대우조선에 2조2000억원을 지원해 산업은행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를 검찰에 고발한 시민단체는 국책은행장으로서 대우조선 등 부실기업에 대한 관리 책임을 적절히 수행하기보다는 부실을 은폐해 국가적인 피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잠적 전 인터뷰를 통해 대우조선 지원은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결정됐을 뿐 산업은행은 들러리였다며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정부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 아무 책임이 없다는 취지였다. 당시 서별관회의는 경제부총리였던 최경환 의원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이끌었다. 그는 한국 정부가 4조3000억원을 부담하고 확보한 AIIB 부총재 자리를 날리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홍 전 회장은 지난해 2월 AIIB의 한국 몫 부총재로 취임했지만 휴직계를 내고 잠적하는 바람에 한국 몫 부총재 자리도 사라졌다.
그의 돌연 귀국에 정·재계가 술렁이고 있다고 한다. 정권 실세가 그의 잠적을 눈감아 준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검찰은 홍 전 회장을 누가 AIIB 부총재로 보냈는지, 대우조선 지원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등 모든 의혹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련자에게는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사설] 탄핵정국 틈타 8개월 만에 검찰 출두한 홍기택
입력 2017-02-28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