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콧노래 부르던 ‘P2P대출’ 성장판 닫히나

입력 2017-03-01 05:00
‘P2P(peer to peer·개인 간) 대출’이 덩치를 키우고 있다. 누적대출액이 5300억원에 육박할 정도다. 금융회사 점포를 방문하지 않아도 되고, 합리적인 금리에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P2P 대출 가이드라인’을 밀어붙이면서 업계 불만이 높아졌다. P2P 대출시장이 급성장하자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 업계는 지나치게 규제하려고만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당국은 일단 가이드라인을 시행한 뒤 시장이 성숙되는 추이를 지켜보고 수정을 검토할 방침이다.

P2P 대출은 전문 중개업체가 돈이 필요한 사람과 돈이 있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금융거래다.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이라고도 불린다. 대표적인 핀테크(금융과 정보기술의 결합) 기술의 하나로 대출금 규모와 사용처 등을 중개업체를 통해 알리면 불특정 다수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시스템이다.

P2P 대출 성장 속도는 빠르다. 28일 P2P금융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891억원이었던 누적대출액은 올해 1월 527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9개월 만에 5.92배 늘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9개월 안에 1조원 규모도 어렵지 않게 넘을 추세다.

성장의 비결은 ‘편리함’ ‘중금리’에 있다. P2P업체 에잇퍼센트가 신용대출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복수응답 허용)했더니 대출 용도는 고금리에서 중금리로 전환하는 ‘대환대출’이 58.4%로 가장 많았다. 기존에 이용한 금융회사나 대출은 카드론(45.2%) 저축은행(33%) 캐피털(22.4%) 대부업체(13.9%) 순으로 나타났다. ‘금리 갈아타기’ 목적으로 옮겨오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이다. 이런 특성으로 P2P 대출은 지난해 인터넷은행과 함께 ‘중금리 대출 확대 방안’의 하나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연체율이 오르는 현상이 관찰되면서 잠재적 위험성을 노출하고 있다. 투자자(돈을 빌려주는 사람) 보호가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 직전에 P2P 대출업체 ‘머니옥션’이 투자금 40억원 지급지연 사고를 낸 데 이어 올 1월 ‘골든피플’이 허위대출상품에 자금을 모집하는 등 크고 작은 사건이 잇따랐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각 P2P 대출업체에 공문을 보내고 가이드라인 시행에 들어갔다. 금융위는 일반 개인 1000만원, 소득적격자 4000만원으로 투자한도를 제한하고 투자금 분리예치 의무와 정보제공 의무를 적시했다.

P2P 대출업계의 볼멘소리도 높다.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감수해야 할 손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한다. 이승행 P2P금융협회장은 “1000만원 이상 투자한 고객들의 투자금액이 전체의 77%를 차지한다”면서 “특히 부동산 P2P 대출은 고액 투자자들의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에 당장 영업이 어려워지는 업체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 개인의 업체당 투자한도가 1000만원으로 정해져 상대적으로 부실한 중개업체로 투자가 분산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P2P 대출 이용자들 스스로도 자신들이 하는 게 ‘투자’라는 인식이 충분치 않아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면서 “P2P 대출 자체가 충분히 성숙한 뒤에야 수정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효석 홍석호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